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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아파트 분양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대출 창구 문턱을 크게 높인 은행들이 대출 승인을 잇따라 거절하자 돈을 구하지 못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중도급 납부 연기와 미납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이 가능해도 시중은행들이 5%에 육박하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탓에 주택시장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결국 미분양 물량의 증가는 물론, 중도금 대출금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의 입주 포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7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후 대출 은행 섭외에 몇 달씩 걸리는 것은 다반사고 중도금 납부일자가 임박해서까지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중도금 납부기일을 연기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는 물론, 100% 계약이 끝난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단지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경기 광주시 태전동에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태전 2차’의 경우 중도금 1회차 납부일이 오는 2월 15일로 임박했지만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까닭에 최근 납부일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계약자들에게 보냈다.

은행들의 중도금 집단대출 기피 현상은 분양 수요자들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까지만 해도 2.7~2.8%였던 중도금 대출금리는 지난해 7월 3.5~3.6%로 오르더니 최근에는 연 5%대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제2금융권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진행하는가하면, 개인별 신용대출로 진행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해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최고 청약경쟁률로 분양된 B아파트의 경우 최근 지방은행 2곳과 중도금 대출 약정을 맺었는데 이자율이 연 4.2%에 달한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제1금융권이 조합원 대출을 거절해 제2금융권(농협)의 신용대출로 전환하면서 대출 금리가 연 4.7%까지 올랐다.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작년 10월 은행권들이 대출 총량에 걸렸다며 중도금 대출을 올해로 미루더니 해가 바뀌어도 은행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출을 옥죄면서 중도금 대출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중도금 대란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집단대출 규제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ㆍ25 가계부채 대책에서 사업장별로 집행됐던 중도금 대출에 대해 시중은행들이 분양 단지의 사업성은 물론 개별 대출자의 소득 자료 또한 반드시 확보하도록 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부터 전 금융권에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대출만을 집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집단대출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고 연체율도 작년 8월 기준 0.38%로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도 부실 리스크와 대출 비중이 큰 사업자금 마련 주택담보 대출이나 신용대출은 제외하고 규제가 손쉬운 집단 대출만 옥죄고 있다”며 “과도한 대출 규제는 자칫 주택시장 침체, 건설사 재정건정성 악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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