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름값 잡기 위해 '제 5공급사'대안 내놔..

정부가 치솟는 기름 값을 잡기 위한 일환으로 공급사를 늘려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방침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지식경제부는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6월부터 한국석유공사에 알뜰 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정유업에 삼성을 끌어들인 것은 현재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과점 체제를 삼성토탈 신규 플레이어로 허용해 경쟁을 통한 기름 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국내 유통망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삼성토탈은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오는 6월부터 월 3만5000배럴 정도의 물량을 석유공사에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급자를 늘려 경쟁을 유발, 유가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천정부지로 치닫는 기름 값 잡기에 특약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기름 값 압박에 정부가 ‘제5공급사'라는 대안을 내놨다. 굳이 세금체계를 흔들 필요가 없이 공급자 경쟁을 유발시켜 유가 인하 효과를 노리겠다는 대안책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 생각한대로 맞아 떨어져 소비자들의 고유가 부담이 줄어든다면 다행이지만 ‘과연 얼마나 적용돼 서민 경제를 잡을 수 있을지’의구심을 먼저 드는 것은 왜 일까.

지난 19일 지식경제부는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6월부터 한국석유공사에 알뜰 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지경부는 정부 과천청사에서 범정부 차원의 '석유제품 시장 경쟁 촉진 및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인 즉 시장 유통 체계를 개선해서 주유소의 혼합 판매를 활성화 해 국내 메이저 정유 4사 간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것.

◇삼성토탈 특혜 논란, ‘관세’ 없다

삼성토탈 입장에선 그동안 유통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로 일본에 수출했던 휘발유를 국내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경쟁을 통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고육지책'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정유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원유를 사다가 정제해서 파는 기존 주유사들은 원유 수입시 3%의 관세를 내고 있지만, 삼성토탈은 해외에서 원유 대신 납사(나프타, 원유의 분해산물)를 들여오면서 관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삼성토탈은 휘발유를 100%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 없이 이뤄지는 게 수용됐는데, 이제 국내에 뛰어든다면 차별적인 특혜를 받는 부분에 대해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유통 인프라가 없다는 이유로 일본에 수출했던 휘발유를 국내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경쟁을 통해 기름 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고육지책'이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 측 관계자 “정유업에 본격 뛰어든다기 보다는 정부 요청으로 알뜰 주유소 공급에 참여하게 됐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자리에서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기자들의 유류세 인하 방안 질문에 대해 “석유제품 시장에 정유 4사 이외 신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유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유류세를 인하하기보다는 서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정부가 곰곰이 강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유류세 인하 검토 기준을 ‘국제유가 130달러 돌파'라고 못박아 놓고 있어 아예 거론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유가 상승 덕분에 추가로 늘어난 세수만 2조원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 유류세 자체를 건들지 않고 서민생활에서 고유가 부담을 줄여주는 것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유통 개선 구조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리터당 30~40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선으로 얼마나 맞아 떨어질지 의문이라는 것.

또한 최근 국제 유가가 하향 조정 움직임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유가 가격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유통구조의 문제이기 보다 석유가격에 과도하게 붙어 있는 유류세 자체가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세 증가로 2조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해 놓았을 정도라는게 관련 업계 사람들의 전언이다.

◇정유업계 “아직은 상대 안되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

한편 삼성토탈의 정유사업 진출에 관련 업계는 "워낙 소량을 취급하며 아직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입중을 드러냈다. 삼성토탈은 2010년 5월부터 액화석유가스(LPG)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LPG충전소 사업에서는 철수했지만 LPG가 부산물로 나왔기 때문에 유통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국내 최대인 4만t 규모의 LPG저장시설도 갖추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업보고서에 삼성토탈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에너지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사와 동일한 방향족 공장을 보유한 삼성토탈은 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석유사업법 품질규격에 미달해 국내에서는 판매를 하지 못했으며, 그동안 일본에 월간 3만7000배럴을 판매하는 등 수출에 전념해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삼성토탈은 독자적인 주유소 운영은 따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꾸준히 에너지 사업 진출을 엿보던 삼성토탈은 정부의 석유제품 공급 제안에 반색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삼성토탈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설비에서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휘발유는 연간 10만t으로 대략 84만배럴인 가운데 SK에너지가 하루에 111만5000배럴,GS칼텍스는 98만배럴을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극히 소량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주유소 월평균 휘발유 판매량을 대략 1200~1300배럴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토탈이 연간 최대치로 휘발유를 생산하더라도 약 60여개 주유소 공급량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분간은 큰 동요 없이 유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부에서 특혜 지원까지 가세하고 나서는 입장이라서 정유 업계는 앞날의 미지수에 물음표를 내던기기도 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워낙 물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바로 삼성토탈이 유통사업에 뛰어들더라도 정유사의 경쟁상대는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앞으로 일은 더 두고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이미 30% 가량 공급과잉 상태에서 삼성토탈이 새 정유설비를 만들어 잘 이어갈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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