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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부의 불평등 분배 문제를 다룬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교 교수가 프랑스 사회당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집권당인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 캠프는 파리에서 선거대책본부를 공식 발족하고 7인의 자문위원단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유럽연합(EU)의 재정문제 자문역으로 피케티 교수가 포함됐다. 아몽 후보는 중도좌파 사회당 안에서도 ‘선명 좌파’에 속하는 인물로 기본소득 보장제를 대표공약으로 내놨다.

피케티 교수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저서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경제학자다. 이 책에서 그는 지난 3세기에 걸친 20여개 국가의 방대한 역사·경제데이터를 이용해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수 부유계층에 자본이 집중돼 분배구조의 불평등이 악화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경제 불평등의 정책적 대안으로는 ‘글로벌 자본세’ 부과를 제시해 학계에 수많은 토론 거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피케티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최근까지도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해준다는 의미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조건 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단순히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기본소득 논의를 재정 개혁, 공정 임금 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아몽 후보의 기본소득 보장 공약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아몽 후보가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일정 부분 제한하면서다. 아몽 후보는 최근 소득 불균형과 일자리 부족 해결책으로 매달 2000유로 이하의 소득을 버는 이들에게 매달 750유로(약 9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로봇 고용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봇세’로 그 비용을 대겠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긴 했지만 피케티가 아몽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역할은 유럽연합과의 재정 협상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초기 유럽연합과의 재정 재협상에 참여했던 피케티는 유로존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피케티 교수는 지난 12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민주적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대안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각국 의원들로 구성된 100~150명 규모의 유로존 의회를 제안한다”면서 “이 의회가 각국 장관들로 구성되는 유럽연합이사회를 대신해 경제 문제에 관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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