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세대출 증가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대출의 85% 이상은 소비성향이 높은 2~40대 계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최근 전월세난이 소비위축의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은행의 전세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대출은 2015년 말 대비 25.6% 증가해 작년 가계대출 증가율(10.6%)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작년 전세대출은 하반기 6조2000억원으로, 상반기 증가분 4조3000억원보다 컸으며, 2015년 하반기 3조3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전세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윤경 의원은 “전세대출이 급증한 것은 박근혜정책의 매매위주 부동산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금년 1월말 기준 2억3669만원으로 박근혜정부 4년 동안 51.9%(8090만원) 증가했다. 이는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년 12% 이상 증가해, 2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될 때마다 기존 전세금의 25%를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반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도시 가구(2인 이상)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지난 4년 동안 337만6610원에서 361만3623원으로 23만7013원(7%)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평균 증가율은 고작 2%도 안 된다.

제 의원은 “쥐꼬리만큼 늘어난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해도 치솟는 전세가격 상승분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가계는 소비를 줄이거나 빚을 늘려서 전세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2012년 말 23조4000억원에서 51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3년 만에 118% 증가한 27조7000억원 증가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매년 22%증가한 것.

대출건수는 75만6천건에서 97만1천건으로 28.4%(21만5천건) 늘어났다. 대출건수보다 대출잔액 증가율이 더 높아 건당 잔액은 3095만원에서 5304만원으로 2209만원(71.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잔액을 연령대로 분류해보면, 30대의 대출 잔액이 24조5000억원으로 47.5%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40대가 28.3%, 50대와 20대가 각각 10.9%, 9.6%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3.6%이다.

20~40대를 합하면 전체 대출잔액의 85.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40대 연령층의 소비성향이 다른 연령대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기 때문에 전세대출 증가 등 주거비용 상승은 소비위축 및 가계 재무구조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제윤경 의원은 “소득은 그대로인데 전세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빚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빚내서 집사라’는 잘못된 부동산정책이 결국 중산층과 서민의 전세대출 급증과 주거불안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