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최근 ‘세상 처음, 세로 카드’ 디자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세상 처음’ 문구가 ‘세상 처음’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카드는 8일부터 발급하는 자사 모든 카드의 디자인을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개편했다. 현대카드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일반적으로 카드 앞면을 채우고 있는 카드번호나 글로벌 제휴 브랜드 로고 등의 카드정보를 뒷면에 배치했다. 앞면은 해당 카드 상품으 핵심 캐릭터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지난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카드 디자이너들이 세계 최초로 카드 포맷을 세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5시간 뒤 “단순히 세로로 디자인한 경우는 외국에 전례가 있었지만 칩 이용에 필요 없는 정보(카드번호, 결제사 로고 등)를 뒷면으로 배치해 IC카드의 완성도를 달성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세상 처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옛 LG카드(현 신한카드)가 2005년 10월 세로형 디자인의 ‘WEEKI카드(위사진)’를 통해 이미 세로형 디자인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카드는 출시 후 1년만인 2006년 9월 ‘마스터카드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리더십 어워드’에서 최고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 카드는 국내 최초의 세로 형태 카드로 기존의 가로 형태의 직사각형 카드 모양의 고정관념을 깬 카드로 마스타카드 홀로그램을 뒷면에 배치하여 카드 앞 면적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기존의 가로형 카드에서 세로형 카드라는 고정 관념을 깬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공 및 독창성을 인정받아 디지인상에 선정됐다. 해당 카드는 2011년까지 판매됐다.

KB국민카드도 2007년 ‘잇(IT) 카드’를 출시를 통해 세로형 디자인을 선보였다.

현대카드 측은 “디자인이 세로형이라기보다 카드 앞면에 카드번호 카드 정보는 뒷면으로 배치하고 앞면에는 카드 성격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설명과 달리 카드 번호 후면 배치도 우리카드에서 판매 중인 ‘위비온 카드’ ‘로얄 블루’ 시리즈 등으로 이미 발급돼 사용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금융업계에서는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불리운다. 이번 홍보 마케팅은 너무 무리하게 ‘처음’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혁신’을 이끄는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키려는 ‘과대포장된 홍보’ 지적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과거 타사가 출시한 카드에 대해 ‘디자인 표절’ 논란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14년 4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카드가 최근 내놓은 ‘가나다 카드’가 지난해 7월 현대카드가 선보인 상품 개념 ‘챕터 2’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포인트와 할인(캐시백) 두 축으로 상품 구성을 단순화 하고 이를 다시 고객의 사용 패턴에 따라 세 종류를 구분한 것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

정 사장은 2013년에도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 ZERO’를 표절했다며 삼성카드에 발급을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 표절시비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대기업 계열 카드사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며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금감원의 중재로 일단락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