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가 ‘탄핵촛불집회’를 왜곡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무토 전 대사는 지난 14일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 - 전 주한 대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이유' 제하의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서 무토 전 대사는 "박 대통령이 재임 중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 했기 때문에 (한국 국민의) 공격 대상이 됐다"며 "(요즘) 그 대상이 일본으로 비화한 것이다. 박 대통령과 관계없는 역사 문제, 정치 문제 이외에 대해서 한국인의 대일 감정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토 전 대사는 또 "(박 대통령) 본인의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시민이 퇴진 시위에 몰리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문이다. 일본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무토 전 대사의 이런 인식은 탄핵촛불집회가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인데도 “박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개선하려했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됐다”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 것이다.

무토 전 대사는 또 "한국은 대학 입학전쟁과 취업 경쟁, 노후 불안, 결혼난과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혹독한 경쟁사회"라며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결혼도 어렵다고 한다. 좋은 결혼 상대를 찾으려면 일류 대학을 나와 일류 기업에 근무해야 한다. 한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화려한 결혼식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무토 전 대사는 여기서 또 논리적 비약을 일삼는다. 그는 "경쟁사회 속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쳐도 보상되지 않는데서 오는 불만이 박 대통령으로 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가 경쟁이 치열한 것은 맞지만 보상을 못 받아 촛불집회 형태로 박 대통령에게 불만을 쏟아냈다는 식의 해석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자국(일본)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요즘) 그 대상이 일본으로 비화한 것이다. 박 대통령과 관계 없는 역사 문제, 정치 문제 이외에 대해서 한국인의 대일 감정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 역시 한국인의 입장에선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무토 전 대사는 한국 노인들에 대해서도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투자해 노후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한국에서 경쟁하고, 성공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서 태어난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토 전 대사는 또 "한국은 남성이 차별받는 사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외교부 합격자의 70% 이상이 여성이었다. 필기시험의 성적을 보면 여성의 성적이 좋은데, 이는 남성에게 부과되는 징병제가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 역시 한 단면만 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연봉과 직장 내 승진 등 여러 면에서 남성과 차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무토 전 대사는 ‘지한파’로 평가받을 정도로 한국 근무 경험이 많다. 이런 그가 한국의 현실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칼럼을 쓴 의도마저 의심받고 있다.

무토 전 대사는 작년 말 도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위안부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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