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파이낸셜타임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정부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공동명의로 파이낸셜타임스 영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 “한국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니 신중을 기해달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트럼프의 아시아 환율조작국에 대한 분노는 타깃이 잘못됐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시아에서 환율 조작을 하는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특정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갖는 만큼 미세한 환율 조정만으로도 아시아권은 물론 글로벌 무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과 대만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거론하는 근거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총생산의 8%, 대만은 15%에 이르지만 일본은 GDP의 3%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나 ‘외환시장에 대한 일방향 개입’ 등도 환율조작국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브래드 세스터 대외관계위원회 선임위원의 “지속적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라는 주장도 인용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을 비난한 일본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인 2011년을 끝으로 정부가 환율조작에 나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증대를 꾀하기보다는 지나치게 떨어진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일본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3% 안팎에 그친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정부는 항의서한을 통해 파이낸셜타임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한국이 원화 절하를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일방향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경제 보고서와 미국 환율보고서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와 관련해서는 고령화와 유가하락 등에 기인한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점,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것처럼 원화의 실질 가치가 지속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점, 따라서 환율 저평가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항의서한에 담았다. 아울러 대미 무역흑자의 경우에도 2015년 기준 중국은 3561억달러로 한국(302억달러)의 12배에 가깝고, 일본 또한 676억달러로 한국의 두 배를 넘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일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자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대주주인 파이낸셜타임스가 미국의 관심을 일본 외 다른 국가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015년 7월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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