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한진해운>

한 때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40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을 선고했다”면서 “한진해운이 주요 영업을 양도하면서 청산할 때의 가치가 기업을 계속 유지할 때의 가치보다 높게 인정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산 절차를 주관할 파산관재인으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진한 변호사가 선임됐다. 이후 파산관재인 주도로 한진해운 잔여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가 진행된다.

이로써 1977년 설립돼 한국 해운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던 한진해운은 40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홈페이지도 채권자 게시판만 남겨둔 채 폐쇄됐다.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도 없어졌다. 한진해운 청산작업을 맡는 존속법인 인력 50여 명은 지난해 말 강서구 염창동 사무실로 옮겼다. 한 때 유수홀딩스 건물의 6개층을 사용했던 한진해운은 여의도 본사 간판을 철거하며 허망함의 끝을 맞이했다.

한편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이 나눠 인수하게 됐다. 한진해운 최대 영업망인 미주·아시아 노선은 SM상선이 인수해 3월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미국내 주요 터미널은 현대상선이 20%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국내 터미널은 SM상선이 인수했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은 현대상선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인수협상이 진행 중이다. 또 현대상선은 일본 동경터미널과 대만 카오슝 터미널도 인수하기로 하면서 한진해운이 비운 국내 1위 선사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차질을 빚었던 화물처리도 대부분 해결됐다. 한진해운의 선박 141척에 있던 화물 총 39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가운데 97.7%인 38만7,000TEU가 화주에게 인도됐다. 해외에서 발이 묶였던 한진해운 선원 1279명도 본국으로 복귀했으며, 잔여 선박 1척에 승선 중인 18명도 곧 하선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직원들의 절반은 아직 다른 선사로 재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해운 직원 1,469명(육상 711명·해상 758명) 가운데 다른 선사에 채용된 인원은 782명으로 53.3%에 불과했다. 이들 중 427명은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인수한 SM상선(210명)을 비롯해 현대상선(56명), 기타(161명) 등으로 재취업했고, 해상직 퇴직자 355명은 유수SM과 현대상선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절반은 아직 무급 휴직이거나 실직 상태다. 현재 50명 정도의 직원들은 회사에 남아 마지막 남은 자산과 임대 계약 정리, 채권자에 대한 변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진해운의 퇴출로 지난해 부산항을 거쳐 가는 환적 컨테이너 물량은 전년 대비 2.8% 줄었다. 우리 해운사들의 주력 시장인 아시아-미주노선에서의 영향력도 크게 축소됐다. 아시아-미주 시장에서 한지해운과 현대상선의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이었지만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의 점유율은 4%대에서 6%대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처리와 선원관리, 자산인수 등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한국 해운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재도약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비롯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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