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이준구교수 공식홈페이지>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그동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띄우는 정책으로 투기를 조장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거품붕괴의 위험성을 한층 더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9일 미시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경제학회의 ‘한국경제포럼’에 게재한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이라는 논문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교수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싶은 정부에 부동산 시장 부양책은 마치 마약과도 같은 매력을 가진다”면서 “지난 50여년 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부동산시장 부양책이었고 그때마다 주택가격은 수직 상승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 억제의 고삐를 조금만 늦춰줘도 엄청난 규모의 투기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고 건설경기가 살아나기 때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싶은 정부에 부동산시장 부양책은 마치 마약과도 같은 매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근시안적 태도는 마치 ‘폭탄 돌리기’라도 하는 듯 ‘내 임기 동안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 혹은 무책임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주택가격 급등은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을 가져와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투자사기 수법인 ‘폰지게임(Ponzi Game)’에 비유했다. 폰지게임은 고배당을 미끼로 초기 투자금을 조달한 뒤 만기가 되면 제3자에게서 새로 받은 투자자금으로 앞의 투자금을 갚는 사기수법이다.

이 교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 주택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폰지게임은 언젠가 그 끝자락에 이르게 된다”면서 “이 단계에 이르면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려 발버둥 친다 해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되어 버릴 것이다.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거품 붕괴의 충격은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난해 주택청약 자격요건 강화를 골자로 내놓은 11.3 대책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라고 부채질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왔던 정부로선 엄청난 변덕이 아닐 수 없다”며 “수없이 되풀이됐던 열탕-냉탕 요법이 또 한 번 반복되는 불행한 결과”라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참여정부 당시 도입하려다 부유층의 강력한 저항에 무력화된 종합부동산세 내실화를 꼽았다. 이 교수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 때문에 증세가 필요하다면 첫 후보로 고려해야 할 게 바로 종부세”라며 “소득의 흐름과 무관한 과세에 대한 납세자의 반발은 기준금액을 올려 중산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보완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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