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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장 시절 암살단을 운영했으며 살인지시를 수행하면 일종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전직 경찰관의 증언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전직 경찰관 아르투로 라스카냐스는 인권변호사 단체와 함께 필리핀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장 시절 다바오에서 범법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다바오 암살단’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암살단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다”면서 “한번은 4-5살된 유아를 포함해 유괴사건에 관련된 인물의 가족 전원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들을 모두 죽이자 두테르테 시장실에서 2~10만 페소(약 45만5천원~227만6천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또 “애초 암살단은 마약범죄의 두목을 징계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이후 두테르테의 지시로 저널리스트 살해청부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당시 계약금은 300만 페소(약 6천828만 원)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또 다른 전직 암살단원이 상원에서 증언할 당시 자신의 관여사실을 부인했던 라스카냐스는 이번에 증언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마약중독자였던 나의 형제 2명을 살해한 후 두테르테에 대한 무비판적인 충성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암살단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날 라스카냐스의 증언에 대해 마틴 안다나르 공보담당장관은 “대통령을 망하게 해 정권을 흔들려는 정치극의 일부”라며 일축했다. 지난해 12월 필리핀 상원 역시 “암살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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