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워싱턴포스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통’으로 불리는 네드 프라이스가 사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신념을 가지고 복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일(현지시간) 프라이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단 한 번도 CIA를 떠나는 일을 생각한 적이 없지만 트럼프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프라이스는 CIA 정보 분석가로 2006년부터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프라이스는 기고문에서 “지난 11년간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지만 이번 행정부에서는 정보 전문가로서 신념을 가지고 복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프라이스는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CIA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서 “내가 분석한 자료들이 대통령에게 제출되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보는 것보다 큰 보상은 없었다. 이것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스템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프라이스의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해킹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17개 정보기관의 수사결론을 부인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한 CIA가 이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이 거짓보고였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근거로 CIA를 믿을 수 없는 조직이라고 비난한 점도 언급했다.

프라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CIA를 방문해 보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 CIA 방문 행사는 양측의 관계 회복을 위한 자리가 됐어야 했지만 트럼프의 자존심 세우기와 엄포 놓기로 엉망이 됐다”면서 “전사한 CIA 조직원을 기리는 추모비 앞에서 그는 전날 취임식 관중 규모에 관해 떠벌리며 카메라와 기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거기에는 나와 내 동료들이 우리의 새 수장으로부터 듣길 원했던 말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프라이스는 자신이 사직을 결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원칙에서 벗어난 트럼프 정부의 NSC 구성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NSC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반면 기존 당연직 위원이었던 CIA 국장과 국가안보국장은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만 참석하도록 격을 낮췄다”면서 “원칙에서 벗어난 트럼프 정부의 NSC 구성은 나의 사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끝으로 “CIA 직원들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최종 결정에 전문가 집단이 아닌 트럼프의 개인적인 측근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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