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전국 중`고교 중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산 문명고의 김태동 교장이 연구학교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라"며 교내에서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 교장은 23일 재학생을 강당에 모아 놓고 "연구학교는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초 김 교장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명단이 공개된 17일 학내 구성원들에게 “23일까지 시간을 달라”며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에 반대 집회를 연 학생과 학부모 등은 학교측이 철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김 교장은 "법과 절차를 지키면서 결정한 연구학교 지정 때문에 왜 우리 학생들이 어깨가 처져 있고 부끄러워해야 하느냐"면서 "우리 학교가 유일하게 지정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고 자부심과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연구학교 지정을 고수하는 이유로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비교 공부하는 과정에서 토론이 활발해지고, 동아리 활동이나 전문가 초청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 오히려 대학에 진학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교육활동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명고 재단인 문명교육재단의 홍택정 이사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사 73%가 찬성했고 학교운영위원회도 통과돼 합법적으로 연구학교가 된 것”이라며 “이사장으로서 합법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강압적인 외부 영향으로 포기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이사장은 국정교과서 지지 이유를 새마을운동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친은 새마을운동이 생기기도 전에 주택개량, 사립학교 설립 등 사회활동을 인정받아 ‘5.16 민족상’을 수상하고 이후 새마을운동을 주도하셨다“며 “그런데 국정교과서 반대 세력은 새마을운동을 관 주도의 꼭두각시 사업으로 폄하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또 “국정교과서 반대 쪽에서는 ‘최순실 교과서’ ‘박근혜 교과서’라고 비판하는데, 이성적이고 이론적으로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서로 비교 분석해야 한다”며 “그런 분석을 하는 것이 연구학교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문명고 한국사 교사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는 “교사의 자유지만 교장의 지시와 학교의 선택을 무시한 행위는 해교 행위”라며 “교장이 결정하겠지만, 나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앞서 연구학교 반대 교사 3명에게 보직해임, 업무배제 등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신입생 중 일부가 학교 측에 입학취소, 전학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학부모와 학생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고 말해 개의치 않았다.

문명고 측이 연구학교 지정을 강행하자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학내 구성원 150여명은 23일 학교에서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철회’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학교 건물 1층 복도를 행진했다.

‘문명고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문명의 2월이 사라졌다”며 “경북교육청과 교육부는 책임있는 태도로 갈등을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교가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끝까지 반대 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대책위는 매일 철회 촉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학교 곳곳에 반대 문구를 적은 대자보를 붙이기로 했다. 신상국 문명고 대책위 공동대표는 “현재 이사장과 교장 등의 행동을 보면 결국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내 구성원의 뜻을 모아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를 응원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 485곳 시민단체 모임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저지넷)는 문명고의 입장에 반대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기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 문명고가 또 다시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문명고 학생회가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24일 오전 6시 기준 1만38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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