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산한 모습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이 앞장서 중국내 반한 여론에 불을 지피며 경제 보복을 부추기는가하면,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직접적인 불매운동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면세점·호텔·관광 등 중국인 의존도가 높은 여타 국내 기업들도 노심초사 하고 있다.

사드를 핑계로 전방위적인 보복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국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의 비이성적 대응과 감정적 보복의 부당함을 비판하기에 앞서 전략적 인내와 실용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현명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올해 발효 3년차인 한중 FTA를 적극 활용해 정부차원의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WTO 규정과 한중 FTA를 적극 활용해 중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산업별 검토 및 대응은 물론 정부 및 실무자간 협의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을 계기로 국내 관광업계의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형동 건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이슈로 예상보다 중국인 관광객 이탈 시기가 조금 이르게 왔을 뿐”이라면서 “이전부터 특정 국가 관광객에 편중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중국 단체관광객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질 좋은 관광을 추구하는 중국인 VIP 관광객 비중을 늘리고, 동남아·일본·중동 등 관광객 국적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관광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에서는 이번 위기를 그간 중국인 저가 단체관광으로 인한 폐해를 개선하는 전략 수립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양필수 제주관광공사 해외마케팅처장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이슬람권 국가로 관광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광광객 유치를 위해 프로모션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이들 국가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과 관련해서는 K팝이나 K드라마 등과 같은 명칭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방송콘텐츠 수출 위기의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한한령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K팝, K드라마의 ‘K’ 같은 국적성을 지양하는 대신 킬러콘텐츠(경쟁사를 물리치고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핵심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중국 경제보복 극복 사례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가 6년 동안 연어 수입 제한 조치를 겪었다. 2010년 이전 노르웨이산 신선 연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했지만 2011년 이후로는 30%로 떨어졌다. 그러자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한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홍콩을 통한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도 시도했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의 연어 수출액은 별 변화 없이 연간 65억 달러(약 7조 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는 “노르웨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양국 성명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 역시 중국의 경제보복을 현명하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면서 중일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중국과 일본 간 고위급 외교관계가 중단됐고 중국 전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심지어 중국 시위대는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전시장을 찾아 불을 지르기도 했다.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일본 여행산업도 된서리를 맞았다.

당시 일본은 중국의 감정적 보복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2012년 중국인 방문객들에 대한 비자 규제를 완화하면서 중국 관광객 잡기에 나섰다.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화해의 제스쳐를 취함과 동시에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 등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펴 나갔다.

그 결과 중국과 일본의 경제 관계는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문화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현재 일본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관광지 1위로 일본의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도요타ㆍ닛산 등 일본 6대 자동차 회사의 중국내 신차 판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말 일본의 대중 수출액은 123조엔으로 2012년 말보다 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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