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공급과잉에 의한 거래절벽으로 빌라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값 폭등에 따른 ‘전세난민’을 잡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전세난민이 빌라로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8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준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빌라준공 물량은 12만5590채로 전년 대비 1만8155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1만6817채)에 비해 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200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빌라 공급 물량이 크게 늘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지어진 빌라는 전국적으로 14만481채에 불과했지만, 2012년부터는 매년 10만채 안팎의 빌라가 준공돼 지난해까지 총 54만4712채가 쏟아져 나왔다.

공급 지역은 대부분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난해 수도권에 지어진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10만1899채로 전체 물량의 83%를 차지한다.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빌라 물량이 늘어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 급등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빌라 시행사들이 싼 값에 돈을 빌려 빌라 건축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빌라 물량이 증가한 배경이 됐다. 빌라는 공사기간이 짧으면 6개월에 불과해 아파트에 비해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자료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하지만 최근 들어 빌라 거래 물량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6만1626건으로 2015년에 비해 418건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한 해 전인 2015년 전년 대비 2만1036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4년과 2013년에도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전년대비 각각 3456건, 9229건 늘어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감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빌라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경기도 안산, 광주 일대에서는 특가 할인 분양에 나서도 찾는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서울 은평구나 강서구, 구로구 등의 빌라 밀집 지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한 빌라 분양 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찾는 사람이 없다”면서 “2~3년 전만 해도 빌라를 짓기만 하면 1주일 안에 완판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가 할인 분양을 해도 발길이 뜸하고 전세를 낀 빌라 투자자도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당초 매매를 목적으로 내놓은 물량이 팔려나가지 않아 전세로 돌려도 공실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빌라 전세값도 조정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은평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전셋값이 비싸도 구하지 못해 문제였는데 새 빌라가 워낙 많이 들어서다 보니 올해는 전셋값을 2000만~3000만원이나 내려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역전세난에 처한 빌라 집주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발생한 이같은 빌라 시장의 침체 현상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기도의 경우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시장 침체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할인분양이나 전세로 저렴한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 입주를 노리는 게 빌라 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빌라 공급과잉에 최근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까지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공실 위험이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