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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삼성이 ‘이재용 체제’로의 지배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유리한 조건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한 과정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1월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방안에 대한 사전 검토를 금융위에 요청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미래전략실 임원을 통한 비공식 접촉이었다. 지주사 전환 승인을 받으려는 쪽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전 검토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금융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 많아 금융당국의 의지에 반해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게다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데 중요한 절차였던 만큼 금융위의 의사를 타진해 잡음과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위는 한 달간의 내부 검토 후 ‘삼성측이 제시한 전환 방안을 그대로 승인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매각 차익 배당 문제가 지적됐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55%를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4.25%)보다 낮춰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을 최소 3.3% 이상 팔아야 한다는 뜻인데, 이 가치가 10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보험 계약자에게 유배당 보험상품을 팔아서 마련한 재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기 때문에 지분 매각 시 차익을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한다.

문제는 매각 시기와 방식이다. 2015년 기준 삼성생명의 유배당 상품은 219만건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를 200만원으로 가정할 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경우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액은 3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5년간 균등매각하면 2조5000억원, 7년간 균등매각하면 1조8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자산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역마진 손실을 매각차익으로 상쇄하기 때문에 매각 기간이 길어질수록 계약자에 돌아가는 배당규모가 줄어드는 탓이다. 삼성생명으로선 삼성전자 지분을 7년 동안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전량을 한 번에 매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크다. 삼성이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조건 충족을 위한 유예기간을 최대 기간인 7년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또 다른 반대 이유 역시 보험계약자의 권익 문제와 관련돼 있다.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투자부문(지주사)과 사업자회사로 분할해야 한다. 이때 금융지주사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 50%) 소유함과 동시에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자산운용(98.73%), 삼성카드(71.86%), 삼성증권(30.1%) 지분은 확보했지만 삼성화재 지분율은 15%에 불과하다. 이에 삼성 측은 삼성생명 분할 후 사업자회사의 현금자산 일부를 지주사로 가져와 삼성화재 지분 매입에 사용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현금을 금융 지주사로 이전해 금융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현행 보험업법상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계약자의 보험료를 이용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사 분할로 삼성생명 사업회사의 자본이 감소하면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져 계약자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RBC는 보험사 건전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RBC가 높을수록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좋다는 의미다.

특검 조사에 의하면, 금융위의 반대에 직면한 삼성은 청탁 대상을 청와대로 돌렸다. 금융위로부터 부정적 입장을 전달받은 다음 날인 지난해 2월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긍정적 검토를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은 금융위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찾아가 삼성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하는 등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

삼성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금융지주회사와 관련해 청탁한 적이 없다”면서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 일가 지분율이 현재도 47%에 달해 지배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2016년 초 실무 차원에서 금융위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질의했으나 철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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