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왜 우리가 롯데를 보이콧하느냐. 이는 롯데가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무기는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국을 보이콧하지 않는가.” 최근 중국 인터넷상에서 퍼지고 있는 말이다.

중국 내 롯데에 대한 불매 운동이 과격한 양상을 띠는 가운데 ‘사드를 이유로 롯데와 한국만 공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자성론이 나와 주목된다.

9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중국인들이 중국 내 한국에 대한 비난과 롯데 불매 운동을 ‘애국’이 아닌 ‘국수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가 소개한 블로거 ‘왕우쓰’는 최근 중국의 유명한 파워블로거 ‘아야와와’가 모든 한국 상품을 불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속임수”라고 지적하면서 “당신이 한국산 제품을 보이콧하길 원한다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태워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왕우쓰는 “이들은 항상 ‘중국을 떠나라, 보이콧하자’라고 말하지만 당신들의 보이콧 때문에 어떤 나라의 경제가 무너진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많은 중국인이 사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 불매 운동 속에서도 한국산 제품의 우수한 품질 때문에 계속 이용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한 한 중국인 네티즌은 “한국산 화장품은 내 피부에 정말 잘 맞고 가격도 딱 좋다”면서 “중국인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대신 중국 기업들에게 더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의를 하고 싶으면 한국 업체나 한국인이 아닌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자오링민 사우스 리뷰스의 전 편집장도 파이낸셜 타임스 중문판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점을 꼬집었다. 그는 “북한은 이 모든 것의 배후이며 미국은 한국을 이용해 목적을 이루려는 국가”라면서 “중국은 롯데를 보이콧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분노와 불만을 이 문제의 가장 약자에게 쏟아 붓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북한과 미국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같은 자성론이 대세는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 사드 문제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국 정부 또한 최근 사드 관련 중국 내 불매 및 반대 운동이 불법으로 치달을 경우 처벌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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