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CNN>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주요 외신들도 한국 역사상 최초의 현직대통령 파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일부 해외 방송사들은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박 전 대통령이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독재자(dictator)의 딸’이었다는 데 주목하며 박 대통령의 ‘극적인 몰락’을 조명했다.

이날 홈페이지 톱 기사 제목을 '박 아웃(Park Out)'으로 뽑은 CNN은 “박 전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 당하면서 한국은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 역시 한국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탄핵 이유로는 대기업들이 관련된 뇌물 스캔들에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점을 지적했다.

영국 BBC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톱기사로 보도했다. BBC는 “한국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여성대통령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와 관련해 기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대 말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당선된 대통령들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면서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면책권을 잃어 부패혐의로 기소당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헌재 판결이 한국을 역사적 시점에 놓이게 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이번 판결이 뇌물과 정실인사로 오염된 나라의 개혁 조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기막힌 몰락”이라며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 물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이번 탄핵이 북한의 잇단 도발과 맞물린 긴장국면 속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면서 냉전시대 군부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기득권의 아이콘이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워싱턴의 대북 강경노선에 보조를 맞춰왔지만 탄핵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야당으로 권력이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5월 대선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더욱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도 탄핵 과정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하면서 비중 있게 다뤘다.

NHK는 이날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인 오전 11시 22분 속보를 통해 “한국 헌재가 박 대통령과 오랜 지인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과 의혹과 관련해 탄핵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즉시 파면돼 실직하고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게 됐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라 한국은 단번에 대통령선거 모드로 들어섰다”면서 “대선은 5월 9일 실시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탄핵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가 유력후보 중 지지율 상위에 있어 야당 우위의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한국 야당들이 지난 2015년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을 요구해온 사실을 들어 “대선 결과가 일·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드 배치를 두고 갈등을 빚던 중국의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발빠르게 타전했다. 특히 중국 CCTV방송은 헌재의 판결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중국 신화통신은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인용으로 영구히 실직했다”면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생방송으로 결정문을 낭독했고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에 따라 즉각 파면돼 청와대를 떠나야하고 대통령으로서 가졌던 모든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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