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알리고 독자는 퍼뜨리고 전문가가 해결

셜록 멤버들의 회의 모습. (오른쪽부터) 박상규 기자, 김다솜 기자, 이명진 기자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이 시대 민초들은 왜 ‘셜록’에 주목할까. ‘셜록’을 아웃사이더 언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한가? 셜록은 진실탐사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탐사보도 전문인 뉴스타파와 어떤 점이 다를까.

셜록의 멤버를 만나기 앞서 그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셜록의 원제와 뜻은 21세기를 무대로 펼쳐지는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무용담을 담은 영국 BBC 제작 드라마를 의미한다. 한국의 셜록은 그러나 드라마가 아닌 실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대표적인 성과물이 오마이뉴스 출신 박상규 기자, 박준영 변호사가 함께 한 다음 스토리펀딩의 ’재심프로젝트‘ 3부작이다. 이후 채널A 공채1기 출신 이명선 기자의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와 언론고시생 김다솜 기자의 ‘제주도서 게스트하우스 한다고요?’ 스토리펀딩이 주목을 받았다.

셜록은 사무실이 따로 없다. 출·퇴근도 없고 정기적인 회의도 없다. 요즘 흔한 단체 카톡조차 하지 않는다. 각자 취재하면서 의논할 일이 생기면 번개팅이 이루어진다. 오늘이 바로 그날. 취재를 마치고 한데 모인 3인의 기자를 만났다. 먼저 박상규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셜록으로 이름을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회사(오마이뉴스) 그만두고 영국에 갔다. 거기서 유학 중인 변호사 한 분이 “박준영 변호사와 쓴 스토리펀딩을 눈여겨봤다”며 만남을 청해왔다. 그 변호사께서 재심 사건을 다루니 ‘셜록’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인디펜’이라고 내가 지은 이름보다 나은 것 같아서 ‘셜록’으로 바꿨다. 좋지 않나?

셜록은 법인인가.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2015년 1월부터 박준영, 신윤경 변호사 등과 함께 스토리펀딩에 ‘재심 프로젝트 3부작’을 연재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스토리펀딩으로 5천만 원 정도 모였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내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회사도 그만뒀던 터라 1년 정도 고민했다. 망하면 쪽팔리겠지만 어쩌겠나. 일단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2017년 1월2일 사업자 등록을 했다.

셜록의 멤버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영화 ‘내부자’를 보는 느낌도 드는데 ‘기자-변호사-전직형사’ 이 조합이 실전에서도 효율을 발휘하나.

셜록 맴버는 정확히 나, 이명선 기자, 김다솜 기자 셋이다. 박준영, 신윤경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심층 취재를 하고 있다.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유력용의자를 체포한 이유로 좌천된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고문을 맡고 있다. 그러니까 기자는 알리고, 독자는 퍼트리고 변호사 등 전문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한 번 보도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사안을 끝까지 추적해서 진실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금 하는 일은 뭔가.

셜록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삼은 것은 자기 소개성 기획이다. 이명선 기자와 김다솜 기자 진행 중인 스토리펀딩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 ‘제주도서 게스트하우스 한다고요?’)가 그것이다. 내달 첫 주에 선보일 기획물도 진행 중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 어떤 내용인가

‘부산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일명 ‘낙동강 살인사건’으로도 불린다. 이 사건도 박준영 변호사가 맡았다. 사건은 1990년에 벌어졌고, 늦은 밤 20대 한 여성이 남자친구와 차안에서 데이트하다 처참히 살해된 사건이다. 91년 두 명의 남성이 범인으로 판결 받고 무기수가 됐다. 21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다니던 중 일요신문을 찾아갔고 그 기자가 사건기록을 본 뒤 재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박준영 변호사에게 준 걸로 안다. 사건에 관련된 두 명 중 한 명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 등 수사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취재에 들어갔다. 참, 그리고 당시 사건의 변호사가 문재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말인가. 그가 왜 그 사건의 변호를 맡았나.

거기까지만 말하겠다. 개봉박두 흐흐흐.

‘그들은 왜 범법자가 되었나’도 반응이 뜨겁다. 3월 8일 연재를 시작해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1000만원 넘게 모였다. 기획 의도가 있나.

대선이 곧 시작된다. 시민이 인터넷에 댓글 썼다고, 거리에서 구호 외쳤다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 다 선거법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법 관련 조항이 너무 자주 바뀌고 홍보가 잘 안돼 인지를 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상이 이러니 조금만 입을 잘못 놀려도 전과자가 될 수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서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현행 선거법은 선거일 기준 180일 이전부터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한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물론 태극기 집회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선거법 아래서 제대로 된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을까. 선거법 개정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아웃사이더 언론이 잘해봐야 얼마나 가겠나. 그런 시각도 없지 않다. 창업주가 보는 셜록의 미래는.

저희는 종합지가 아니다. 어마어마한 독자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럭저럭 펀딩도 잘되고 있어 빨리 망할 것 같지는 않다. 콘텐츠가 확실하게 차별화된 것도 셜록만의 강점이다. 기존 언론매체에서 우리 콘텐츠에 관심을 많은 게 그 증거다.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각오다.

직원의 주머니 사정은 어떤가. 정신력만 강조하고 월급은 짠 것 아닌가.

회사 만들고 일단 2년만 버티자고 작정했다. 내 소원은 기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는 거다. 그래서 많이 주고 있다 하하. 월급을 많이 줘야 다른 고민 없이 취재하고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지 않나.

이 자리에서 월급 까면 안되나. 화끈하게.

웬만한 진보매체보다 많이 준다. 내년에 잘되면 방송사 기자 초봉만큼은 줄 계획이다.

그 정도 연봉이면 입사 희망자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는 어떤가.

구직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내년쯤엔 사진 영상 쪽으로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있다. 큰 규모보다 10여명 정도의 소수정예가 좋다고 생각한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언론의 생태계도 예전같지 않다. 기존 언론의 보도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건방진 표현일지모르겠지만 헛다리를 짚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 되고 jtbc가 뜨는 걸 보면 무엇을 취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콘텐츠는 결국 통한다. 우리는 모든 독자를 겨냥하지 않는다. 볼 사람만 봐도 족하다.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말이 있다면.

정해진 길을 가지마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정해진 길만 가려고 하니까 힘든 거다. 그건 내 몸에 맞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다. 언론고시를 준비하지 말고 스터디도 하지 말라. 기자가 똑같은 글쓰기 교육을 받아서 전형적인 글쓰기에 맞춰져 있다. 따분한 기자가 되려면 그리 하라.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차별화된 글쓰기와 차별된 콘텐츠다.

다음은 이명선 기자와 김다솜 기자와 일문일답.

종편 그만 두고 셜록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이: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형태의 언론에서 일하고 싶어 합류하게 됐다. 박상규 선배가 셜록을 함께하는 후배에게 당부한 10계명이 있다. “콘텐츠만 신경 써라. 좋은 기사는 통한다. 돈 벌어오라는 소리 안 하겠다. 돈은 내가 벌어온다. 클릭 수만 노리는 의미 없는 기사 쓰지 말라. 훗날 쪽팔려진다. 괜한 보고 하지 말라. 우린 국정원이 아니다. 회사 위해 일하지 말고 좋은 저널리스트가 되도록 노력하자. 최소 1년 간 월급 안 밀리고 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 여기에 우리의 모든 게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김: 언론고시 5년 준비했다. 그 사이 동료 친구가 합격하고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쪽 기자가 됐을 때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박 선배랑은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와 편집기자로 만났다. 한마디로 그는 내 인생 최고의 데스크였다. 상규 선배랑 같이 한다면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왔다.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언론사에서 일하고픈 생각은 없었나.

김: 처음엔 그런 고민도 했고 주변에서도 조언했다. 괜찮겠느냐고. 참견 안하고 출퇴근 없이. 일주일에 기사 하나 쓰면 된다. 월급도 많이 준다. 그런데 차라리 9시 출근, 6시 퇴근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24시간 취재하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셜록의 임금체계는 어떤가. 진보매체보다 진짜 많이 받나.

이: 월급 두 번 받았다. 급여에 대해 만족한다. 휴가도 한 달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실제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좋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일이 보람이 있는만큼 좋은 컨텐츠가 나올 걸로 본다.

대안 언론으로서 셜록의 미래에 주목하는 이가 많다.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이: 승승장구할 것이다. 대중들은 현 언론에 대해 반감이 팽배해 있다. 시민에게서 그 열망을 확인했다.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 연재하면서 나타난 반응은 세 가지다. 응원해주시는 분, 어떤 반응도 안하시는 분, 나머진 소수지만 안 좋게 평가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3년 동안 함께 해온 일을 이제 와서 내부고발을 하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종편이 아니라 언론 전체의 문제다. 나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정직하게 썼다. 스토리펀딩은 10화까지 예정돼 있는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 고민이 많다.

김: 셜록은 차별화된 콘텐츠가 무기다. 대중들의 반응도 좋다.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서 개인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는 눈과 가고자 하는 길, 쓰고자 하는 글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채널A에서 연재 중단 요청 같은 건 없었나.

이: 공식적으로 외압은 없다. 비판도 안고 가려고 노력한다.

지금 취재 중인 건은 뭔가. 살짝 공개해 줄 수 있나.

이: 83년 간첩사건이었는데 재심으로 판결났다. 그런데 보상청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에선 큰 금액이라 보상문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기자가 어디까지 개입해야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크다.

김: 고독사, 생계형 범죄에 관해 취재 중에 있다. 개인적으로 르포 기사를 많이 쓰고 싶다.

인터뷰를 끝낸 셜록 멤버들은 각자 화두를 잡고 회의에 돌입했다.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박상규 기자가 불쑥 말을 던졌다.

“배고프다. 민생고부터 해결하고 이야기하자”

기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일행은 삼겹살집으로 옮겼고 곧 이어 폭탄주로 건배를 외쳤다.

저렇게 폭탄 돌리다가 회의가 가능할까, 그런 생각도 잠깐, 어느새 활기찬 기운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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