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임직원들이 임금을 일부 반납키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보해양조 창사 이래 처음이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액 1155억원에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매출액 1237억원에 81억원의 영업이익 기록과 비교되는 실적이다. 업계는 보해양조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임지선 대표가 이끈 신제품에 대한 무리한 마케팅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수도권 도매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경영 전면에 나선 후 보해양조는 ‘아홉시반’,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 등 신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임 대표가 내놓은 제품들의 특징은 ‘트렌디한 소주’다. 독특한 제품 네이밍과 이색적인 홍보를 통해 소주시장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도였다. 이중 저도 소주 ‘아홉시반’은 출시 초반 음주문화 캠페인 아홉시반 ‘주(酒)립대학’이라는 흥미로운 마케팅전략으로 입소문을 탔지만 반짝 인기에 머물렀다, 초기 입소문이 판매로 이어지지 못해 결국 올해 1월 초 출시 3년여만에 시장에서 철수키로 결정했다.

보해양조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접대비 11억원, 영업활동비 40억원, 광고선전비 74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3분기 누적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보해양조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임원의 경우 20~30%, 직원은 10% 임금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이익이 나면 반납한 임금을 돌려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월급을 삭감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회사 방침을 이해하는 직원도 있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소비 침체등 외부 요인들이 발생해 주류 업체들이 구조조정 중이다. 우리 회사는 구조조정을 안 하는 대신 임금 일부 반납이라는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올해 안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반납)급여 부분에 대해 돌려 줄 것이다”고 말했다.

보해양조는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2명의 이사 선임의 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임지선 대표의 재선임안과 이홍훈 보해양조 주식회사 경영지원본부장의 이사 선임안건이다.

보해양조 안팎에서는 경영 전반을 총괄한 임지선 대표가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등기이사에 재선임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경영인이 직원들의 임금을 반납하게 할 정도로 적자를 냈다면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지선 대표의 등기이사 재선임은 신상필벌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임금 반납은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중요한 일인만큼 창업주의 딸이라고 해서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 부사장은 1985년생으로 미국 미시건대학을 졸업한 후 파나소닉 인사팀장을 거쳐 보해양조㈜ 모회사인 ㈜창해에탄올의 상무이사로 입사했다. 이후 보해양조 영업총괄 본부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5년 11월에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주류 회사 경력은 3년 정도에 불과하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임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수행한지 1년 2개월 밖에 안 된다”라며 “지난해에는 규모를 키우고 마케팅이나 신제품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 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등기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올해부터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이 평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해양조는 모회사인 창해에탄올(31.19%)를 비롯해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36.12%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이 임지선 대표의 이사직 유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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