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자아 발견”

조창인 작가.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어린 아이와 어른 모두의 심금을 울린 ‘가시고기’의 저자 조창인 작가가 책쓰기 강좌를 열었다. 10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통해 품격 있는 글쓰기’의 방법을 나누고 싶다는 조창인 작가. 20년 동안 감성적인 글쓰기에 전념해 온 그가 이끌어가는 강좌는 어떤 모습일까.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 18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조창인 작가의 글쓰기 다락방’에는 5명의 수강생이 모여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강좌는 3기생을 맞았다. 그의 수업 방식의 특징은 맨투맨 방식이다. 그래서 수강 인원은 4명에서 6명의 소규모로 진행된다.

매주 세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내서인지 수강 현장은 오래 된 친구 같은 분위기였다. 연령층은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글쓰기’를 주제로 모인 만큼 대화 주제는 책, 독서, 강연 등이 주를 이뤘다. 서로를 ‘선생님’으로 부르며,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모습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수강생 한 분이 책 한권을 건넸다. “오늘 수업을 함께 하는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이라며 건넨 책은 그가 쓴 책이었다. 20년 동안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강 모씨는 육아법과 관련한 책을 냈다. 현재는 <군포시민신문>에서 칼럼을 연재 중이다. 그가 이미 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강좌를 듣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강씨는 “조창인 선생님에게 메시지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강좌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첫 책을 냈지만 내가 내 글을 읽으면서도 호흡이 길었다. 때문에 문장을 다루는 기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방법, 심상그리기 같은 것들을 배우고 싶었다. 다행히 글쓰기 수업 과정을 통해 내 글의 격이 높아지는 것을 깨닫고 있다”라며 뿌듯해 했다.

또 다른 수강생의 사연도 흥미로웠다. 초등학교에서 상담교사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 모씨는 “상처받은 영혼들한테 관심이 많다. 나 또한 상처받은 게 많아서 나를 치유하고자 입문했다”며 “그동안 상담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는 정립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책 쓰는 과정이 나를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글로 투영되는 내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을 치유하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이 책으로 나온다면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도 치유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주 천안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올라오고 있다는 노 모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왔다. 예전에 환갑을 맞은 일본의 한 할머니가 잔치를 하는 대신 시집을 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도 나중에 혼자서 재밌게 살아가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노씨는 “불면증이 있어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예전에는 무의미하게 흘렀던 시간이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조창인 선생님에게 격려를 많이 받았다. 선생님은 순수하신 면으로 대해주실 뿐 아니라 글을 쓸 때 진정성이 무엇인지 잘 깨닫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유아교재를 출판하고 있다는 이 모씨는 조창인 작가의 글쓰기 다락방에 대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우기 위해 왔지만 사실 가장 도움을 받고 있는 점은 사회를 보는 안목이나 통찰, 영향력 같은 것들이다”며 “사실 그동안 겁 없이 글을 써왔다. 하지만 글쓰기를 상업적으로 대하지 않고, 글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나도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도움을 받기 위해 수업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글쓰기 수업이 여러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놀랍게 느껴졌다. 그 느낌을 조창인 작가에게 묻자 “오히려 수강생들을 통해 내가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대답했다.

조창인 작가는 “수십 년 동안 전업 작가로 글만 쓰면서 세상과 단절하며 지냈다. 20년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소설을 많이 내긴 했지만 소설의 패턴이 똑같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내가 나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었다. 이후 세상과 마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처음 택한 방법은 강연이었다. 그러나 강연은 일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주는 방식이라 내가 원하는 소통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책 쓰기’였다. 책 쓰기 수업은 많은 사람들하고 무슨 얘기든 함께 나눌 수 있다. 이 수업을 통해 내가 가진 책쓰기 노하우를 전하지만 실상은 이 분들의 삶이나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금전적 득실로 따지면 저쪽이 손해일 것”이라고 농담을 하자 수강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수강생 중 강씨는 “우리의 삶을 배운다고 하셨는데 기꺼이 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조창인의 글쓰기 다락방 수업 모습.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곧이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 내용이 담긴 PPT가 대형 화면에 뜨자 수강생들의 눈빛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각자의 노트북과 필기구들을 이용해 한글자도 더 담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업은 지난주에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자유롭게 이뤄졌다.

이날의 주제는 ‘글쓰기 전략’이었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방법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중간 중간 각자 글을 써서 피드백을 받는 시간도 있었다.

전체적인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 △Selling Point 찾기 △마음을 움직이는 책쓰기 전략 △책쓰기의 품격 높이기 △책쓰기 실전 △책쓰기 심화 과정 등의 과정이 각 주마다 계획돼 있었다. 수업 진행 시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조창인 작가는 “책쓰기 시장이 많이 넓어졌다. 안타까운 것은 책을 붕어빵 찍어내듯 찍어내려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을 쓰고 그 다음 책을 쓸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래서 기본이 상당히 중요하다. 기본이 탄탄해야 두 권이든 세 권이든 쓸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내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책쓰기에 나선 사람들에게 책을 쓰는 진짜 능력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을 다룰 줄 알아야한다. 글쓰기가 동반되지 않는 책은 무의미하다. 종이를 버리는 짓이고 심지어는 세상을 속이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품격 있는 글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품격있는 글쓰기란 무엇일까. 조창인 작가는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사실은 좋은 일이지만 격이 떨어지는 책, 격을 떨어뜨리는 출판은 책의 대중화를 무너뜨린다. 실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나 비즈니스, 돈을 목적으로 책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저급한 책을 만들어내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저자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품격 있는 글쓰기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창인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 자체가 커뮤니티가 된다는 사실이다. 10주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아껴줄 수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이익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공동체는 결과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 꿈은 자기 것 하나를 내놓고 열 개를 가져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원래 잘 웃는 사람이 아닌데 수업 시간에는 많이 웃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글쓰기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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