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9시 15분 삼성동 사저 출발, 9시 25분 검찰청 도착, 9시 30분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티타임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21일의 모습이다. 피의자 박근혜가 조사받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검찰 및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노승권 1차장검사와 10분 가량 티 타임을 갖고 인사를 나누었다. 노 차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의 관심이 많은 사건인만큼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는 뜻을 전했고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분 뒤 조사실로 인계된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대표적 칼잡이와 맞닥뜨린다. 조사자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장. 그는 최순실 공판 때 법정에서 "대통령이 최씨와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라고 말한 당사자다. 그는 지난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첫 출범했을 때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전반을 수사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강요죄에 의한 공범으로 최순실 공소장에 적시했다. 단, 뇌물수수 혐의는 빠졌다.

이번엔 달랐다.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했다.

“안종범 수석이 법정에서 진술했고, 관련 증거도 있는데 이를 부인하는 겁니까”

말투는 부드럽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박 전 대통영이 당황하며 안색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검사의 눈을 마주 보지 않고 시선을 자주 다른 곳으로 돌린 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또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들이밀며 “최순실의 사적 이익 추구를 돕기 위해 대기업 회장을 독대하고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박 전 대통령은 “기업들이 자발적 의사로 참여했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곤란한 질문에는 잠시 고개를 떨궜다가 “일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증거가 명백한 사안에는 ‘모르쇠 작전’으로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시는 했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한 것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8시 40분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원석 부장검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주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장시간 조사에 피로를 호소하면서 조사 시간이 짧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검사 앞에서 최대한 공손한 모습으로 조사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레이저 눈빛을 쏘거나 하는 행위는 일체 없었다는 것. 또 박 전 대통령이 수행원을 시켜 ‘개인용 변기’를 휴대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개인용 변기가 아니라 변기 커버를 가져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에 소환된 피의자는 예외없이 복도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개인용 변기를 교체해 사용하는 일을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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