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동성<사진=뉴시스>
유붕자원방래불역열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 멀리서 벗이 왔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한말 중에 좋지 않은 말이 있을까마는 유독 이 글귀가 귓가에 자리 잡고 있음은 몇 년 전 산동성의 기억 때문이다.

산동성은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하다. 기후도 유사한 편이고, 한국 화교의 대부분이 산동성 출신인 만큼 인연도 깊다.

‘중국인은 양파를 많이 먹고 대파도 많이 먹는다’라고 알려진 배경에 산동인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산동성에서 양파가 대량 생산되기 때문에 그들은 예전부터 양파를 즐겨 먹었다.

또 한가지 산동성의 흥미로운 점은 춘추전국시대 제 (齊) 와 노(魯)나라 땅이 이곳인데, 그 유명한 제자백가 (諸子百家) 사상가들 대부분이 산동성 출신이며, 주 활동무대 역시 이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 연고 때문인지 산동성 사람들은 제자백가가 설파했던 말을 되뇌길 좋아한다. 그중 하나가 공자의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유붕자원방래불역열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이다.

산동성 사람들이 이 말을 얼마나 즐겨 사용하는지 필자가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산동성의 중심도시 제남에 간 첫날, 세 명의 인사를 소개받았다.

만나서 간단히 인사하고 차 몇 모금 마실 즈음, 친구가 멀리서 왔으니 ‘유붕자원…’이라고 환대의 인사를 건네 매우 고마웠다. 잠시 후 옆에 앉은 사람이 ‘유붕자원…’하며 인사를 건넸다. 필자는 고맙다고 다시 화답했다. 그런데 세 번째 사람도 몇 마디 하다가 ‘유붕자원…’하는 것이었다.

그뿐이랴! 그날 저녁 벌어진 술자리에서도 ‘유붕자원…’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제남성에서 3박4일 체류하는 동안 그 말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저절로 외우지 않을 수 없는 구절이 되어 버렸다.

산동성 사람들은 다른 지방 사람에 비해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기는 편이다.

주민들의 의식이 그러다하다 보니 ‘유붕자원’을 수없이 읊조리는 것이다. 사드 보복을 반한 정서가 팽배해진 요즘, 산동성에서 만난 사람들을 재회하면 선뜻 ‘유붕자원’ 인사를 건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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