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연심리상담연구소 제공>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미신’의 영역인 타로와 ‘과학’의 영역인 심리학이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까. 국내에 ‘타로 심리상담’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김수정 소장은 타로카드를 심리상담의 도구로 사용하는 심리상담전문가다.

김 소장이 운영하는 자연심리상담연구소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3층 건물에 있다. 건물 1층은 작은 카페가, 2층은 세미나실이, 3층에는 연구소가 있다.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는 장식장에 타로카드가 전시되어 있고 김 소장이 최근 펴낸 책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2층 세미나실은 타로카드 특강을 열거나 외부 세미나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다. 연구소는 이 건물 3층에 있는데, 내담자와의 상담은 이 3층에서 이뤄진다.

연구소 안쪽, 김 소장의 사무실은 한쪽 벽에 심리학 관련 책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심리로 대학원을 나온 김 소장은 제일 먼저 “타로를 경험해보라”며 카드를 펼쳐놓았다.

아치형으로 가지런히 놓인 타로카드 중 7장을 고르니 현재 나의 ‘에너지’가 어떤 상태인지 김 소장의 해석이 뒤따랐다. 조율하고, 맞추고, 생각도 많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에너지가 있단다. 최근 새로운 동료와 일을 시작했고 사무실 분위기도 바뀌었기 때문에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자연심리상담연구소 제공>

 

다음으로는 기자의 생년월일과 전공을 물었다. 그리고 뽑아든 카드는 ‘세계(the world)’카드였다. 김 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생카드’와 같은 카드”라며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서 너무 처음과 끝을 맺으려고 하다가 스스로가 거기에 갇혀버릴 수 있다. 자기 안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들을 확장해서 쓴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릿속에는 뜯겨진 변기와 탄핵 이후에도 늘 고수하는 ‘올림머리’가 스쳤다.

 

<사진=자연심리상담연구소 제공>

김 소장과 함께 타로카드를 살피며 나눈 대화는 편안했다. 김 소장은 타로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쉽게 꺼내지 않는 깊은 이야기를 툭 꺼내놓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보통 내담자는 라포(상호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한다. 하지만 타로카드를 꺼내들면 내담자는 호기심을 갖게 되고 더 쉽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하나의 상처다. 그리고 삶은 그 치유 과정이다. 과거 누군가 나의 마중물이 되었듯이 나도 당신에게 오늘 마중물이 되고 싶다”

-국내 첫 타로심리상담사 김수정 소장의 저서 <타로로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에서 발췌

 

타로점이 미래를 맞추는 도구로 쓰인다고 하면, 타로 상담은 스스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김 소장은 “타로카드는 상징적인 그림을 통해 내담자의 원트(want)와 니드(need)가 무엇인지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심리 상담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에 빠져서 매몰되기 마련인데, 자신의 상태를 객관화해 바라보는 것만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을 타로카드를 통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반 심리상담과 타로 상담의 차이점은 뭘까. 김 소장은 “내담자의 무의식을 엿보는 도구로 ‘타로카드’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미술 심리상담 역시 그림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상담을 진행한다. 그림을 그린 것을 보고 매뉴얼 대로 해석이 들어가는데, 만약 내담자가 이 해석법을 알면 상담을 진행할 수가 없다. 하지만 타로 상담은 뽑은 카드를 통해 내담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므로 해석법이 노출돼도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금 여기(here and now)의 상태를 볼 수 있는 것”고 말했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강점이다. 일반적인 심리상담은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보통 10회 이상 상담을 진행한다. 김 소장은 “심리상담은 10번이 한 섹션이다. 내담자는 보통 5회 이상부터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것을 ‘라포가 형성됐다’고 한다. 어떤 도구를 이용하면 내담자와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데, 타로카드를 이용하면 한번의 상담으로도 핵심적인 것에 접근할 수 있고 솔루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타로 상담은 정신과 상담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개념이다. 김 소장은 “정신과는 정신병리학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직접적인 약물 치료가 병행된다. 심리 상담은 약물치료와 병행하며 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더 가벼운 영역이다. 타로 상담은 그것보다 더 가볍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심리상담을 한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문턱이 높다. 하지만 타로 상담은 일반 상담보다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로 상담은 김 소장이 최초로 시작했다. 김 소장은 “과거 외국에 살 때 어렵고 외롭던 때가 있었다. 타로카드는 그 시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며 “심리 상담을 전공하며 타로카드를 접목해 사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서 타로 심리상담을 시작했을 때는 학회에서는 ‘이단자’였다. 이미 우리나라는 타로가 점성술의 일종으로 구분된 상태라서 정착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타로 상담은 일반 심리상담소에서 많이 알려진 영역은 아니다. 김 소장은 “타로점은 많은 곳에 퍼져 있지만 제대로 심리학을 전공해서 타로를 도구로 상담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요즘엔 교사 연수나 심리상담사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고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 학교에 계신 전문 상담사 등에는 타로 심리상담이 많이 퍼져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상담사나 선생님이 ‘상담하러 교무실에 와라’라고 하면 아이들이 굉장히 싫어하지만, ‘타로 봐 줄게 와라’라고 하면 서로들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타로가 너무 미래예측만 하는 점으로 취급 받는 것이 안타깝다”며 “타로는 자기를 성찰하고 발전시키는 데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전문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나 타로를 통해 다른 이의 마음을 알고 위로할 수 있다. 타로 상담을 통해 더 밝은 사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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