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4대강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0일 홍 지사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에 ‘식수전용 댐’을 건설해 먹는 물을 1급수로 공급하고 생활용수는 값싸게 따로 공급하는 ‘식수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논란이 된 것은 “식수 댐을 건설해 물을 가둬 둘 경우 4대강의 ‘보’와 마찬가지로 녹조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홍 지사가 “그런 얘기는 무지의 소치다. 낙동강 녹조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지류·지천에서 유입된 축산·생활폐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홍 지사는 “4대강 보 설치로 유속이 줄어들어 녹조가 생겼다고 하는데, 소양댐은 물이 1년 평균 232일 갇혀 있지만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녹조는 생활하수와 축산폐수에서 나온 질소와 인이 고온의 물과 결합했을 때 발생한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환경단체들 얘기만 들으니까 다들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대강에 댐이 건설되고 난 뒤 풍부한 수량이 확보됐고, 피해규모가 1년에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가뭄과 홍수도 없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 지사의 주장은 사실일까? 본지는 환경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팩트체크를 해봤다.
가축·생활폐수가 녹조의 원인?
우선 가축·생활폐수가 녹조발생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운영위원장은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없었던 녹조가 사업 이후 생겼다는 사실이 핵심”이라면서 “일반적으로 녹조가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유속, 오염원, 수량, 자정능력 등이 있다. 만약 홍 지사의 주장대로 녹조가 발생한 것이 축산·생활폐수에 의한 것이라면 4대강 사업 이후 오염원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염원이 급증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4대강 사업 시 1조5천억원을 들여 질소와 인을 제거하는 공사를 했기 때문에 오염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기존의 오염원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은 유속의 흐름을 방해하는 대형구조물의 설치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하천의 자정능력 상실 등이 원인이 됐다는 증거다”라고 지적했다.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도 같은 입장이다. 최 소장은 “녹조발생 원인에는 온도, 오염물질, 물의 체류시간 등이 있다”면서 “4대강 사업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물의 체류시간이고 그 원인은 4대강 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이어 “외국의 사례를 봐도 녹조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체류시간”이라면서 “이는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나 감사원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분들은 녹조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비점오염원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 신재은 국장은 “이제 이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원이나 조사평가위, 심지어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도 4대강 보로 인해 수질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인정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도 결국은 물을 흘려서 녹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여러 기관을 통해 확인된 사안을 혼자서 주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4대강 물의 체류일수는 평균 7일?
4대강 보 물의 체류일수가 7일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멀다. 이와 관련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운영위원장은 “과거 낙동강에 보가 없을 때 안동에서 부산까지 7~14일 정도였던 물 체류일수가 4대강 사업 이후에는 100일 이상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 신재은 국장도 “홍 지사가 어느 지점에서 어디까지를 두고 7일이라고 하신지는 모르겠지만 4대강 사업 이후 체류일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수 피해 규모 매해 수십조?
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매해 수십조에 달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운영위원장은 “4대강 사업 당시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액이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면서 “당시 통계 자료를 보면 분석 기간을 2001~2006년 5년으로 잡고 있는데 이 기간은 매미(2001년), 루사(2002년), 에위니아(2006년) 등으로 최근 30년 동안 홍수가 가장 많이 일어난 시기다. 하지만 4대강 이전 10년 통계치로 보면 홍수로 인한 피해 금인은 1년에 수천억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작용보다 국민적 이익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일부 환경문제에 비해 국민적 이익이 더 크다는 홍 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원영위원장은 “국민의 건강·안전·생명이 직결된 낙동강 수질이 녹조로 재앙에 빠진 상황인데 그걸 일부 부작용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매우 안일한 생각”이라면서 “포괄적으로 4대강 사업을 잘했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을 보면 대선 국면에서 MB계에 손을 내민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토환경연구소 최동진 소장은 “우선 강물을 통해 음용수 공급을 안하겠다고 했으니 식수 문제는 4대강 사업의 효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홍수예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 시작 이전부터 진행된 치수사업으로 국가하천의 경우 개수율이 100% 가까이 돼 있었다. 대체로 홍수 문제는 지천이나 도시지역의 집중호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지 하천 본류의 범람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거리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4대강은 농어촌, 산간, 도서 지역의 식수나 가뭄 해소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 신재은 국장은 “주변에서 4대강 사업에 22조를 들였는데 정말 잘한 게 하나도 없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실제로 얻은 게 없는 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 국장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 이런 논란을 넘어서서 4대강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중심을 맞췄으면 좋겠다. ‘꼼수’로 만들어진 현실을 정리하려면 ‘정수’로 맞대응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