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봉사하면 아픈 몸도 저절로 나아요”

<오수옥 나연식당 대표>

“난 착한 일 한 거 없는데요. 손님들이 기부해주신 걸로 심부름한 거밖에 없어요”

수원시 권선종합시장에 이색 기부를 하는 식당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갔다. 식당을 방문한 시간은 30일 오후 2시. <나연식당> 간판이 새겨진 문을 열고 들어서니 5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닭볶음탕을 만들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6평 남짓한 식당 내부에는 5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식당 내부는 각종 표창장과 기부금 증서, 그리고 손님들이 쓴 낙서, 사진, 명함들로 가득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게 천장에 붙어 있는 ‘돈’이었다.

지금까지 숱하게 식당 밥을 먹어봤지만 천장에 돈이 붙어 있는 식당은 처음이다. 사연이 뭘까 저절로 궁금해졌다.

오수옥씨(52세)는 “9년 전 식당 문을 처음 열었을 때 손님께서 ‘음식이 맛있다’며 팁’을 주고 가셨다. 그돈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천장에 붙였다. 그걸 보고 손님들이 하나 둘씩 돈을 붙이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천장에 붙인 돈을 그냥 쓸 수가 없어서 어디에 쓸까 생각하다가 동사무소에 찾아가 기부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처음에는 재미로 하시다가 내가 그 돈을 모아 기부를 했다 하니 동참하는 분들이 점점 늘었다. 음식을 안 먹어도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기부하라며 돈을 붙여 놓고 가는 분들도 계신다. 기부는 내가 한 게 아니라 손님들이 하신 거구, 난 전달해 준 것 밖에 없어”라고 손사래쳤다.

<사진설명=나연식당 천장에 붙어 있는 각종 지폐>

돈은 어떻게 붙이는 걸까. 물었더니 직접 시범을 보이신다. 오씨는 “이것이 돈 붙이는 도구여”라며 길이가 150~200㎝ 가량의 나무막대 2개를 집어들었다. 그 중 하나는 부러져 있었다. “이 나무는 이제까지 사용했는데 최근에 부러졌다. 손님 중에 한 분이 돈 붙이는데 사용하라면서 나무를 갖다 주셨다”고 설명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끝에 자석이 붙어 있었다. 압정에 돈을 꽂고 천장에 붙이면 기부 끝~.

손님 3명이 오씨의 시범을 지켜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중에는 5살가량의 꼬맹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흥미로워 했다. 오씨는 꼬맹이도 기부자라고 소개했다.

천장을 자세히 살펴봤다. 1000원, 5000원, 1만원이 많이 보였고, 5만원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또 위안화, 엔화, 달러 등 외국 돈도 보였다. 고액 기부자가 몇 명이나 되냐고 묻자, 오씨는 “5만원 기부자는 5명 정도 된다. 그 중 한분이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손님 중 한 분은 10만원을 기부하는데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수거 시점이 궁금해 물어봤다. 오씨는 “돈이 천장에 빼곡하게 붙여지면 그대 수거한다. 한번 수거할 때 15~20만원정도 된다. 이렇게 모아서 1년에 3번(설, 추석, 대보름) 기부한다. 1번 기부할 때 모아진 돈에 나도 좀 보태서 40~50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몇 해 동안 기부했는지 묻자 오씨는 “올해로 9년째다. 총 기부한 금액은 계산을 안 해 봐서 잘 모르겠다. 기부는 이 동네 분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하는 것이지 나 혼자 하는 건 아니다. 지난 대보름 땐 동네에서 사업하시는 사장님께서 120만원을 기부하셨다. 이런 분들이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계속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오수옥 대표의 '밥퍼'봉사 활동 모습>

오수옥씨는 기부 뿐 아니라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하는 밥차 봉사. 권선 1동 동사무소에서 하는 반찬봉사와 목욕 봉사가 그것. 밥차 봉사와 반찬 봉사는 올해로 8년째 계속하고 있으며 목욕봉사는 3년 됐다. 

오씨는 “몸이 아파도 꼭 나간다. 300~400명 정도의 노인 분들이 오시는데 내가 몸이 아프다거나 장사를 핑계로 안 나가면 차질이 생긴다. 거기 가보면 나 말고도 열심히 봉사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씨는 2년 전 부터는 희망릴레이를 통해 매월 2만5천원씩 기부한다. 또 카페모임을 통해 ‘반찬 필요하신 분’ 공지를 통해 반찬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오씨는 “손님들 중에는 내가 반찬 기부를 하는 걸 알고 오셔서 ‘좀 달라’며 가져간다. 그러면서 돈을 낸다. 그 돈으로 기부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있으니 봉사가 몸에 밴 듯하다. 이유를 묻자 오씨가 말했다.
“살기 위해 봉사한다. 내가 살려고”
대답이 싱거웠다. 왜 살려고 하는지 다시 물어봤다. 오씨는 “내가 20년 넘게 장사를 해 몸이 성한 곳이 없이 아프다. 각종 질환에 시달려 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고생을 했는데 봉사를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나니 몸이 한결 나아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씨는 이어 “전에 어떤 분이 봉사를 하면 마일리지가 적립돼 노년에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면 좋은 일 아닌가”고 말했다.

가게를 비워가며 봉사를 하는데 가족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오씨는 “아파서 봉사를 시작했는데 몸이 나아지니 가족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봉사 가는 날 안가면 ‘왜 안가냐’고 물어볼 정도다. 딸은 나랑 같이 밥차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같이 다니다 보니 좋다. 딸은 본인 장기를 살려 노인분들에게 미용 봉사를 한다. 봉사는 앞으로도 계속 할 거다. 몸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할 작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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