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선진국의 심화된 즉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자본주의에 비하여 한국의 자본주의는 무엇인가 부족한 다시 말하자면 재벌위주 또는 재벌중심의 자본주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혹자는 자본주의가 100년 이상 된 선진국과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후발 국가간에는 자본주의도 다소간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반론은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한국 자본주의도 선진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변하고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다 라는 식의 변명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가면 갈수록 한국 재벌중심의 자본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그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위주의 자본주의가 초래한 결과가 한국 사회에 몇 가지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번째 결과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업무상 배임에 대한 죄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한국 사회 곳곳에서 집행임원의 사적인 이익 추구 또는 타인의 사적인 이익 추구를 위하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배임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그 두 번째 결과는 형식적인 이사회 의결로 인하여 집행임원의 불법성을 제어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불만을 응축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의식이나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목표로 하는 것은 늘 정당하고 선이다. 일부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 있어도 그것은 불가피한 그리고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는 식의 논리가 한국사회에 허다하다.

그 세 번째 결과는 기업에서 이사회 의결도 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하여 큰 피해가 발생 하여도,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하여 집행임원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하부 집행임원 한 두 명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의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고 그 위기를 모면하는 것에 한국사회 재벌기업들은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재벌기업의 집행임원은 최악의 경우 비록 형법상의 처벌을 받고 감옥에 가는 경우는 있어도 5~20%의 지분으로 계속하여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은 영원하다는 지나친 자만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을 언론은 재벌의 ‘갑질’이라며 지적을 하고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한국사회 전체가 가끔 와글와글 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뭐하나 변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먼저 기업의 재산권이 무엇이며 그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살펴보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도 이번에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것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가 있고,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신교수처럼 선진국과 한국의 자본주의가 동일하다는 잘못된 생각도 불식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하여 KD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이 다시 언론상에 나타났다. 그래서 필자도 관심을 가지고 그 언급 내용을 세심하게 듣고 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저런 뒷말이 다소 있었다. 즉 KD코퍼레이션의 흡착제는 이미 2010년부터 기아자동차에서 이미 사용하던 것이었다 등등.

그래서 KD코퍼레이션 흡착제를 현대자동차가 사용한 것이 과연 기업의 재산권 침해의 전형적이며 대표적인 사례인가를 한번 생각해보자. 이 KD코퍼레이션 흡착제의 현대자동차 납품과정은 너무 잘 알려져 있음으로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만약 잘 모르는 독자가 있으면 KD코퍼레이션과 현대자동차라는 기사를 검색하여 먼저 읽어 보기를 권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최서원과 안 전 수석과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하여 강압으로 KD코퍼레이션의 흡착제를 현대자동차가 사용하게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최서원이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적시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가 이미 짚어 본 사항은 강요죄 성립여부의 타당성이었다. 강요죄는 반드시 폭행 또는 명시적인 불이익의 고지라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폭행은 물론이며 명시적인 불이익의 고지도 없었다. 따라서 검찰 공소장에서는 세무조사 등을 우려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적시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하여 사법적인 판단은 어떻게 될까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필자는 말하였다. 그런데 이 내용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KD코퍼레이션 건과 다른 두 건과 함께 기업의 재산권 침해 사례라며 그것도 첫 번째로 KD코퍼레이션을 설명하였다.

헌법 제23조 재산권 ①항을 보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로 되어 있다.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에 의하여 해당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래서 해외에서 수입하여 사용하던 흡착제를 KD코퍼레이션의 흡착제 제품으로 변경한 뒤에 손실 아니면 실익이 발생하였는가?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에 기록된 내용과 언론에서 취급된 기사를 비교하여 살펴보면 이것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가장 전형적인 기업의 재산권 침해 사례로 어떤 것이 있을까?

만약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하다가 그 흡착제의 불량으로 인하여 현대자동차에서 큰 문제가 발생을 하였고 그 피해액이 무려 10억원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상방간의 계약서에 의하여 KD코퍼레이션이 10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금액이 과중하여 감액을 호소하였으나 계약에 따른 책임부담이므로 10억원을 KD코퍼레이션이 부담하라고 현대자동차가 요구하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KD코퍼레이션은 저 돈을 책임지고 싶지가 않았다 하자. 그래서 저 10억원 손해배상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하여 최서원에게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미 진행된 방식으로 진행되어 현대자동차가 아무런 다른 이유 없이 대통령의 요구에 의하여 손해배상금 10억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였다고 가정을 하자.

그러면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현대자동차 재산권침해가 된다. 그리고 저것은 대통령의 직권남용이 되기도 한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정회장과 김 부회장이 이 건에 대하여 이사회 의결을 받지 않았다면 그것은 업무상 배임을 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상법에서 기업의 중요한 사항을 반드시 이사회가 의결하도록 한 것을 위반하였기 때문이다. 집행임원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타인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이사회 의결이라는 과정이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이 사건을 이사회 보고 및 결의 없이 집행임원이 임으로 처리하였다면 그것이 바로 업무상 배임죄이기 때문이다.

‘10억원이 미미하여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며 변명하거나 반박하고자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집행임원이 기업의 돈을 얼마나 횡령하면 처벌대상이 될까? 아마도 기업의 규모에 관계 없이 그것이 1억이든 10억이든 아니면 100억이든 관계 없이 형법상의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행임원의 사적인 또는 타인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사회의결이 필수사항이 된 다는 것이 보편적인 의견이다.

따라서 10억원의 책임보상금을 모면하기 위하여 KD코퍼레이션이 누군가에게 청탁을 하고, 청탁을 받은 이가 그 청탁이 부정하고 불법적인 것임을 알고도 이를 현대자동차에 요구를 하였다면 이것은 명백하고도 가장 전형적인 재산권침해 사례가 된다. 또 이를 이사회 의결 없이 받아 들인 현대자동차 집행임원은 업무상 배임죄의 사례가 된다.

왜냐하면 현대자동차가 이미 불량으로 10억원 이상의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고 계약에 의하여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여 의결을 받지도 않았다면 그것은 명백한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자동차 집행임원인 정회장이나 김 부회장 개인 돈으로 손실을 부담하였다면 그것은 다른 사안이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재벌총수라 할지라도 그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만약 재벌총수가 이러한 업무상 배임죄를 모면하기 위하여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를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면 재벌총수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사회 이사는 주주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즉 이사해임 요건이 된다.

위와 같은 10억원 손해배상 사례처럼 타인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기업의 재산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요구를 한 청탁자가 공무원신분이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며, 언론이나 기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자가 청탁하면서 듣지 않으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을 하였다면 강요죄가 성립될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에 의한 검토 결과에 불과하다. 실제로 기업에 손해를 끼친 많은 사례들에 대하여 이사회 의결을 거친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반면에 이사회 의결 없이 집행임원 내부 결재만으로 기업이 손해를 보는 의사결정을 한 경우는 또 얼마나 될까? 한국 재벌중심 자본주의는 후자를 선호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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