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세계 평화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북한에서 비롯된다. 강대국 간 충돌 위험을 야기하는 전세계적 위기 측면에서 북한은 시리아보다 더 큰 우려 사항이다. 한반도에서 추가적인 충돌을 피하려면 미국과 중국 간 공동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협상을 통해 이것이 평화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에는 한 가지 유일한 선택지만 남게 된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으로 향하고 있을 수도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존 소어스 전 영국 해외정보국장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반도 4월 전쟁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위기설의 등장 배경은 다양하다. 우선 4월에는 김일성 주석 생일(15일)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북한의 주요 정치행사가 몰려있어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북한문제에 대한 뾰족한 합의 없이 끝났다. 게다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을 한껏 끌어올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지시하자 ‘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 가능성을 암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만약 중국이 북한 문제해결을 돕기로 결정한다면 대단히 좋겠지만, 만약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중국)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12일에는 미국 정부가 일본과 호주 정부에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반도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미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한 미·일 고위관료 협의에서 ‘중국이 대응하는 태도에 따라 대북 군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미국이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겼다. 싱가포르에 머물러있던 칼빈슨 호는 애초 호주로 갈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각) “칼빈슨 호를 한반도 쪽으로 보낸 데는 특별한 이유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호주와의 연합훈련이 취소됐고, 지금 시점에서는 한반도 쪽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나은 조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1일 뉴욕타임스 신문은 “최근 항모의 이동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칼빈슨 항공모함의 한반도 이동으로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저문가들도 “항공모함의 접근으로 한반도의 긴장 관계가 고조돼 작은 오판이나 사고가 전면전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안보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강행한다면 핵시설과 지하에 배치된 병력에 대한 ‘전면타격 방식’과 핵심시설을 파괴해 핵 개발계획을 무력화시키는 ‘정밀타격 방식’ 가운데 하나를 택일해야 할 것”이라면서 “전면타격이 동아시아에서의 장기적인 분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정밀타격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

스트랫포는 그러면서 “미국의 선제타격에 동원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F-22 스텔스 전투기, F-35 스텔스 종합전투기, B-2 스피릿 전략 폭격기 등의 항공 전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괌과 미주리에서 논스톱으로 출격하는 B-2 폭격기는 선제타격의 주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B-2 폭격기는 900kg급 GBU-31폭탄 16발과 함께 지하벙커 시설을 뚫고 들어가 파괴하는 1만3600kg급 벙커버스터(GBU-57)도 대당 두발씩 장착이 가능하다. 그밖에 북한 인근 기지에 점진적으로 배치해놓은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 함정, 스텔스기 등을 동원할 수도 있다. 타격의 최우선 표적은 원자로, 미사일 생산시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등이다.

현재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처해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수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태평양포럼 책임자인 랠프 코사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진저리가 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언 그레이엄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 역시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 하는 것이 바람직한 옵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칼빈슨 호를 한반도에 재배치한 것은 지정학적 각본에 따른 고전적 강압 외교 조치”라고 해석했다. 대니얼 K 이노우에 아태안보연구센터의 밴 잭슨 교수도 “칼빈슨 항모는 북한을 타격하기 위해 이동한 게 아니라는 것을 99% 확신한다”면서 그 근거로 “칼 빈슨은 미국의 최대 전략자산이다. 시리아에서 한 것을 봐라. 신속하고도 조용하게 폭격을 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 대대적이고 요란스럽지만 느리다. 한마디로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군사전문가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시리아 폭격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목이 있었지만 북한의 경우 ICBM 등을 미국 인근까지 발사한 게 아니라서 명분이 없다”며 “유사시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선제타격이 이뤄지려면 한반도 상주 미국인들은 다 내보내야 하고 주한미군도 데프콘 이상의 최대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안 이뤄져 있다. 기본적인 환경이 전혀 조성이 안 된 상태에서 위기설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이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데다 감춰진 시설이 많아 일시에 타격하기 어렵다는 점도 선제타격론에 회의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발생할 대규모 인명피해 우려도 크다. 다수의 미국 보고서들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휴전선 일대에 집중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 등으로 인해 개전 하루 만에 수백만명의 사망자와 수천억달러의 경제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요컨대 대북 선제타격은 대재앙을 초래할 전면전을 각오하기 전에는 감행할 수 없는 엄청난 모험인 만큼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를 위해 향후 중국과 손을 잡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하버드대 정치학과 로더릭 맥파쿼 교수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 중국이 동참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반도 분쟁에서 자유롭기 힘든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북한 붕괴 작전에 초기 단계부터 협조하는 대신 사드 체계 철수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숙적인 두 대국이 북한 붕괴 작전에 공동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상호 간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북한 붕괴를 위한 미·중 협력의 타이밍이 무르익기 전까지 할 일은 많다.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공격이 실패할 염려가 없는 수준까지 이르려면 철저하게 준비하고 협상하고 기획하는 노력이 꾸준히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더릭 맥파쿼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된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건 정치적으로 어리석고 군사적으로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럴 경우 중국이 즉각 한반도에 개입해 미국과 치열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베이징과 손잡지 않는 한 트럼프는 북한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결코 성공시킬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