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자신의 신분증과 함께 알몸으로 찍은 이미지들. <사진=베이징 칭녠바오 홈페이지>

최근 중국에서 자기 어머니를 폭행하고 모욕한 폭력배를 살해한 한 남자의 사건이 화제가 됐다. 살인범의 이름은 올해 22세의 청년 어환(於歡)이다. 어환의 어머니 쑤인샤(苏银霞)는 브레이크 패드 공장을 운영하다 자금난을 겪어 사채업자 우쉐잔(吴学占)에게 매달 10%의 이자로 135만 위안을 빌렸다. 쑤인샤는 184만 위안을 갚았으나 이자를 더 내놓으라는 협박에 못 이겨 70만 위안 상당의 부동산을 우 씨에게 양도했다. 사채업자들은 17만 위안이 더 남았다며 쑤인샤를 수시로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구타를 일삼았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 쑤인샤와 어환은 사채업자 사무실로 끌려가 폭력배들에게 감금됐다. 폭결배들은 쑤인샤의 얼굴을 변기통에 밀어넣으며 돈을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폭력배들은 어환의 신발을 벗겨 어머니의 입에 밀어넣기도 했다. 폭력배 중 한 명인 두즈하오(杜志浩)는 자신의 성기를 꺼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쑤 씨의 얼굴에 비비며 협박을 했다. 그때 마침 밖에서 이 장면을 본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빚을 독촉할 수는 있으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그러자 폭력배들은 다시 폭력을 휘둘렀다. 극한의 상황에 몰리자 어환은 테이블 위에 놓인 과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예기치 못한 기습에 폭력배들은 쓰러졌다. 두즈하오는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3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재판에 회부된 어환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결은 많은 중국인들을 분노케 했다.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린 댓글만 수백만 건이 될 정도로 민심이 들끓었다.

한국에서도 사채업자의 횡포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지만 중국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선 금융감독원이나 기타 관계기관에서 불법 추심 행위를 엄격히 처벌하고 신고 시스템을 갖춘 반면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어환 사건에서도 중국법원은 “피의자 어환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할만큼 다급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결했다. 많은 중국인들이 분노한 것도 법원의 이런 판결 내용 때문이다.

돈에 관한 한 중국인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돈을 빌려주고 못 받으면 무덤까지 따라가서 받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집요하다. 수법 면에서도 중국의 사채업자들은 한국 사채업자보다 한 수 위다. 예를 들면 담보로 나체 사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중국 사채업자들은 돈을 빌리러 온 젊은 여성에게 담보로 나체사진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제 날짜에 돈을 못 갚으면 알몸 사진을 공개해도 된다는 서약서를 받고 돈을 빌려준다.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집요함을 보면 불이익을 받았을 때 중국인들의 대응 자세가 얼마나 끈질긴지 알 수 있다.

사드라고 다를 바 없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시작된지 약 5개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임성수<중국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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