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의 사망 직후 중국의 범죄조직 '삼합회 '와 이소룡의 죽음이 관련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진=영화 '정무문' 스틸컷>

1990년대에 상해탄(上海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장국영, 유덕화 등이 등장했는데 상해를 배경으로 암흑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그 외에도 영웅본색, 열혈남아, 첩혈쌍웅, 무간도 등 중국 범죄조직을 소재로 다룬 유명한 영화들이 많다.

한국에선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 이름을 딴 범죄단체가 다수 있지만 중국의 양상은 다르다. 중국에선 범죄조직을 흑사회(黑社會)라 일컫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조직이 삼합회(三合會)이다.

삼합회는 천,지,인 세 글자를 합쳐 조화를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잇다. 범죄조직에는 맞지 않는 거창한 이름이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700년대 청나라 때 정부에 반기를 든 비밀 결사조직들이 활동했다. 백련교, 의화단, 천지회 등이다. 이들을 통칭해서 홍문(洪門) 이라 부른다.

이들은 만주인의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한족의 명나라를 회복하자는 반청복명(反淸復明)의 기치를 내걸었다. 부자를 추방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전국적으로 봉기했다.태평천국의 난, 의화단 운동 등이 그때 일어난 사건이다. 반청 결사조직 중 하나인 천지회(天地會)는 각지로 퍼져 나가며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삼합회이다.

삼합회는 신해혁명으로 유명한 중국의 정치가 손문(孫文)이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자금을 대기도 했다. 민족 의식이 깃든 삼합회가 범죄조직으로 전락한 것은 청조가 붕괴하면서부터다. 청조타도라는 이념이 사라지며, 정체성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당과 공산당사이의 국공내전(國共內戰)에서 장개석(蔣介石)을 지원하며 공산분자를 색출, 고문, 박멸하는 활동을 전개했고, 중국이 공산당 치하로 들어가자 활동 무대가 없어진 삼합회는 홍콩과 대만으로 무대를 옮긴다.

이후 삼합회는 마약밀매, 청부살인, 자금세탁, 도박, 매춘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액을 벌어들여 조직을 확장한다. 홍콩에서는 57개 조직의 삼합회가 있는데 이 중 신의안이라는 조직이 홍콩 영화계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허리우드 스타들이 마피아와 연계를 맺듯 홍콩의 영화배우들도 삼합회와 싫든 좋든 관계를 맺어왔다. 일설에는 홍콩 무술 배우 이소룡이 돌연 의문사하자 삼합회가 관련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주목할 사실은 삼합회의 영향력이 중국 본토로 뻗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불법복제의 천국’이라는 오명이 붙여진 배후에는 삼합회가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음악, 영화 등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불법복제는 삼합회의 주요 사업영역 중 하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공안당국의 태도다. 중국 공안당국은 범죄조직의 두목들을 베이징으로 초대해 ‘삼합회 회원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홍콩 번영을 위해 애국자로 활동하는 한 그들을 존중할 것이다’라고 추겨 세웠다. 이는 삼합회의 영향력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까지 먹혀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범죄조직도 영향력이 커지면 정치력이 생기는 법일까. 과거 한국의 조폭들은 유력정치인 혹은 정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데 그쳤지만 삼합회는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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