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사진=뉴시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놓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이 깊어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시간 벌기’ 작전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회장의 입장에서는 입맛대로 따라주지 않는 채권단 대신 새 정부 출범 후 단판을 짓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호남에 기반을 둔 기업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1~2위를 다투는 두 후보 모두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를 외국 기업에 넘겨줄 수 없다는 논리가 먹혀들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데 반대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려면 산업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로 공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과 맞서며 벼랑끝 전술을 펼치는 배경에 이런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행사 기간은 19일로 종료된다. 채권단은 19일까지 기다린 뒤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협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채권단은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통한 우선매수권을 행사를 불허하는 대신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안을 내놓으면 허용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박 회장은 이에 반발해 “컨소시엄을 우선적으로 허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17일까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매각을 진행하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채권단의 간사인 산업은행은 이 제안을 일축했다. 박 회장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더블스타로부터 소송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시간벌기는 6개월이 목표다. 6개월 뒤면 더블스타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살아난다. 채권단 역시 박 회장 측의 이런 계산을 훤히 꿰뚫고 있어 매각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이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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