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한국납세자연맹>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근로소득세 부과 시 물가상승을 반영하는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물가연동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한국납세자연맹은 “2006과 2015년 국세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21% 오르는 동안 소득세는 75%나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이 기간 근로소득세 신고 인원 중 결정세액이 있는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2006년 4047만원에서 2015년 4904만원으로 10년 사이 21%(857만원) 인상됐다. 반면 1인당 결정세액은 175만원에서 306만원으로 75%(131만원) 증가했다. 근로소득세 인상률이 급여인상률보다 3.6배나 높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소득세 인상률이 임금인상률을 앞지른 주된 원인은 ‘냉혹한 누진세’ 구조에 있다”면서 “소득세가 물가인상을 감안한 실질임금 인상분이 아닌 명목임금 인상분에 대해 부과되기 때문에 실질임금 인상률이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인 경우에도 소득세가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근로소득자 입장에서는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19개국에서 시행 중인 물가연동세제를 도입해 과세표준을 물가에 연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정치인들이 부자 증세를 외치고 있긴 하지만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소득자들의 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몇 년 전부터 근로소득세-물가상승률 연동을 주장해왔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논의 자체가 활성화돼 있지 않고 이해 수준도 낮은 편이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아무래도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질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인 국민들에게 세금을 올리는 것은 국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소득에 비해서 세금을 많이 내게 되는 중산층의 타격이 특히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의사결정의 문제”라면서 “물가연동제와 물가비(非)연동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물가라는 한 가지 측면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연동제에 비해 물가비연동제는 세수상황이나 경제상황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물가비연동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과표 구간을 조정하거나, 세율을 낮추거나, 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주기적 조정을 통해 물가상승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인상을 반영하지 않는 현행 누진세로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한국납세자연맹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급여계층별 실효세율을 따져봐야 하는데 2006년과 2015년의 경우 과표 기준이 상이해 정확한 분석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2006년 이후 고소득층 위주로 과세 강화가 이뤄져왔기 때문에 소득 상위 계층의 세 부담이 커졌을 것으로 본다. 전체 결정세액이 늘어난 것도 고소득자들에 대한 과세 비중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재진 박사는 본지 통화에서 “물가라는 한 가지 측면만 보고 물가연동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그 전에 납세자 비율이나 공정과세, 과표 구간별 세 부담 형평성,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 간 세 부담 형평성 등 모든 게 균형상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어 “과세미달 근로소득자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물가연동제를 시행할 경우 납세자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조세 정의 차원에서 완전히 기본을 어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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