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항공모함 건조 계획 현재로선 없다”

지난달 15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참가를 위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 중인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배치 논란을 계기로 한국형 항공모함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용, 기술력, 효용성 및 국제정치 역학상의 문제 등의 이유로 지금 당장 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항공모함은 항공기를 발착시키는 넓은 갑판과 격납고 및 수리 설비를 갖춘 큰 군함을 말한다. 보통 1개 항공모함에는 6000~7000여 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전투기 80여 대가 탑재돼 있어 ‘떠다니는 공군기지’로 불린다. 축구장 3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시속 56km의 속력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며 원자로 2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한 번의 연료 주입으로 약 20년 간 운항이 가능하다. 이같은 항공모함의 작전반경은 1,000km에 달한다.

항공모함 한 대의 위력도 놀랍지만 더 위력적인 것은 항공모함이 이끌고 다니는 항모전단의 전투력이다.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은 단독운영을 하지 않고 이지스 구축함이나 순양함, 핵추진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항모전단과 같이 움직인다. 이같은 항모전단의 전투력은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항모전단은 전 세계 공해상 어디서나 대규모의 병력과 항공기, 전략무기까지 운용이 가능해 항모전단이 움직이면 주변국은 긴장 상태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민간 군사력 평가기관인 GFP(Global Fire Power)에 따르면 현재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11개국이다. 항공모함 최다 보유국은 11척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며, 항공모함 4대를 보유한 프랑스가 미국의 뒤를 잇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한두 척만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의 뛰어난 전투능력과 주변국에 대한 기선제압 효과 때문에 세계 각국은 항공모함 보유를 갈망한다. 하지만 막대한 개발비와 건조·운영비 때문에 어지간해선 유지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 역시 1996년 김영삼 정부 당시 독도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되자 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듬해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좌절됐다.

이후에도 항공모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간간히 제기됐다. 지난 2013년 10월 11일 최윤희 전 합참의장은 국회인사 청문회중 한국형 항공모함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일본과 중국의 해군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주변해역 안보상황과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 필요성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14일 당시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도 “항모의 다양한 능력과 역할은 이미 실전에서 검증되고 있다”면서 “항공모함 확보를 단계별로 추진해 3만톤급 항공모함 2척을 2036년까지 동해와 서해에 각각 1척씩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모함의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항공모함을 실제로 도입·운영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다. 군사전문가들 역시 대체적으로 한국이 당장 항공모함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이와 관련 원광대학교 군사학과 김태성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배를 만들어서 비행기만 날아가게 한다고 해서 항공모함이 아니다”면서 “항공모함은 그 자체가 힘이 있는 게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위력을 가지는 것인데 이를 구축해 운영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력이나 경제수준은 이같은 무기체계를 운영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제3함대 소속의 칼빈슨호의 경우 항모전단을 구축하는데 최소 18조원, 항모전단을 운용하는 데에는 연간 1~2조원이 소요된다.

김 교수는 이어 “기술력이야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우리가 노력하면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국 방어에도 급급한 현재 수준에서 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면서 “남북통일도 되고 국력이 지금보다 훨씬 커져서 일본과 같은 국가와 군비경쟁을 할 만한 수준이 될 때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한반도를 통일하고 지키는 수준의 군사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전투기의 성능 향상 등을 통해 우리 영토와 영공을 방어할 수 있는 전력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박성범 교수 역시 “항공모함이란 배만 크면 되는 게 아니라 그에 따른 무기 체계와 운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우리가 배를 만드는 기술은 있지만 한 해 국방비가 40조원에 불과한 현재 상황에서 항모전단을 구축해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항공모함을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예산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항공모함을 건조할 계획이 없다는 것만 확인해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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