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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이웃⑩ 재소자들의 목탁, 무정스님“남을 위한 삶은 결국 자신의 삶을 살찌워”
<사진설명=무정스님이 성동구치소에서 재소자들에게 법회를 열고 있다. 성동구치소 제공>

그는 오늘도 재소자들을 만나러 구치소로 간다. 그의 법회에는 불교 신자 뿐 아니라 일반 재소자들도 많이 참석한다.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의 설법은 심오하지 않다. 단순한 설법 한 자락에 미움과 분노가 사라지고 희망이 솟는 이치는 무엇일까.

서울 광진구 자양동 용문선원 주지 무정(無情)스님. 그는 재소자들에게 등불 같은 존재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도소를 찾다보니 어느덧 그렇게 인식된 것이다. 그 세월이 어언 40년이다.

봄 햇살이 따스한 4월12일 오후 2시, 무정스님과 함께 성동구치소를 방문했다. 구치소 담벼락에는 초록의 덩굴식물들이 파릇파릇한 새순을 뻗어내고 있었다, 걸망을 짊어진 무정스님이 새순을 눈여겨본다. 걸망 안에 뭐가 들어있냐고 물어보니 초코파이란다. 스님은 빈손으로 재소자를 만나는 일이 없다. 오늘은 초코파이를 잔뜩 사들고 왔지만 다음에 올 땐 또 뭘 들고 올까.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 소지품 일절을 맡기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강당으로 갔다. 강당에는 100여명의 남자 수용자들이 모여 있었다. 무정스님이 합장을 하자 일제히 찬불가를 부른 뒤 ’반야심경‘을 낭독했다. 이어 부처님에게 세 번 절을 올렸다.

무정스님은 설법을 시작했다. 주제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삶’이다. 스님은 “좋은 습관은 갖되 나쁜 습관은 버려야 합니다. 습관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운명도 변하게 됩니다.”고 말했다. 순간 법회 참여자들의 눈빛이 반짝 빛난다. 설법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중에는 고민이나 자기 고백도 있었다.

“마음의 분노는 어떻게 조절해야 합니까”
“자존심을 버리기가 너무 힘들다. 도대체 자존심은 어디서 오는 겁니까”

무정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경청한 뒤 대답한다.

“습관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진다. 몸을 자주 움직여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자신을 보살펴라. 생각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생각과 감정을 함께 바꿔라. 그래야 효과가 있다.”

“넓고 넓은 바다도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바다가 된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을 이루어나가는 것을 정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정성이 필요하다. 마음을 한곳에 모아 일의화행(一意化行)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정스님의 설법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참여자들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하다. 40분 가량 계속된 법회는 스님의 말씀이 끝나고 부처님의 삼배를 올리며 끝이 났다.

구치소를 나온 스님의 발걸음은 가볍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여일한 듯하다. 스님에게 있어 교도소는 평생의 업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40년의 세월을 어떻게 한결같이 다녔을까.
무정스님과 재소자의 만남은 40년 전 육군 교도소에서 시작됐다.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그 이태 전인 1977년 무정스님은 19세의 나이에 출가했다. 출가 동기는 ‘뜻이 있는 삶’을 살고싶어서였다고 한다. 출가 후 두 해가 지난 어느 날 한 스님이 “군대 교도소에 봉사활동을 해 볼 생각이 있나”고 물어왔다. 무정스님은 자석에 이끌리듯 교도소를 찾아갔다. 그 곳은 전남 장성 상무대에 있는 교도소였다.

스님은 당시를 회상하며 “군대 내 교도소라서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었다. 부처님 이야기를 하니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며 뉘우침의 눈빛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3년간 봉사 활동을 한 뒤 상경했다. 상경한 뒤에도 남한산성 교도소를 찾아가 봉사 활동을 계속했다. 

스님은 “구치소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하니 눈빛만 봐도 누가 초범이고 재범인지 알 정도다. 초범은 눈빛이나 표정에 뉘우침이 가득하다. 하지만 재범들은 장난기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재소자 중 출소 후 스님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냐고 묻자 스님은 “종종 있다. 출소 후 갈 곳 없다며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측은지심에 형편껏 줬다. 그게 소문이 났는지 너도 나도 너무 많이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했다. 지금은 아예 ‘돈 달라고 찾아오려면 오지마라’고 말한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10년 전 출소자 중 한 명이 출가하겠다며 찾아왔다. 몇 번을 내쫓았지만 끈질기게 찾아왔다. 정성이 갸륵해 받아들였다. 결국 상좌가 됐다”고 말했다.

무정스님이 교도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명예심이나 뭘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참여 정부 때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그에게 상을 주려다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스님은 “뭔 놈의 상을 준다 해서 안 받는다고 거절했다. 하도 거절하니 구치소에서 나 몰래 상을 받아다 절에다 갖다놓았더라”며 “상이 뭔 소용 있나. 각자 맡은 몫을 행하면 된다. 그럼 사회가 시끄럽지 않고 평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교도소 외에 다른 봉사도 한다. 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 반찬 나눔 봉사를 하는 것이다. 벌써 15년 된 일이다. 하지만 정작 스님은 무덤덤하다. 스님은 “반찬 봉사는 신도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하고 있다. 난 장소만 빌려 주는 것뿐이다”며 신도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스님의 법명도 예사롭지 않다. 뜻을 물어보자 스님은 “무정(無情) 즉, 정이 없게 해달라는 건데. 집착을 없애자는 뜻이다. 집착은 욕심이다. 욕심이 넘치면 화를 불러오게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도 “석가모니 말씀 중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가르침이 있다. 남을 위한 삶이 결국은 자신의 삶을 살찌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명료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었다.

최윤정 기자  chy06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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