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제품 수입 제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제품 수입 제한 필요성을 조사하기 위한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서명이 국내업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월요신문>은 정부 및 학계,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직접 들어봤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미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최장 270일간 진행하게 된다.  

이번 행정명령의 근거가 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1962년에 제정된 법조항으로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 무역제재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법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조사 역시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무역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트럼프정부의 성향을 고려할 때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극단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 경희대 무역학과 장용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세이프가드 등 극단적인 얘기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으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협상을 주로 하는 트럼프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치 역시 정치적으로 다른 것을 얻기 위한 협상도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트럼프가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국가안보를 근거로 든 것도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라면서 “협상하는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물건 값을 부를 때 우선 맥시멈을 먼저 얘기한 다음 중간지점을 찾아 이득을 본다는 점이다. 외국산 철강 수입을 막아버릴 경우 미국도 장기적으로는 손해인 만큼 이번 조치 역시 극단으로 가기 보다는 중간에 어떤 균형을 찾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서는 “WTO 제소 등 법적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지금 시점에서 왜 저런 조치를 취한 것인지, 그걸 통해 정치적으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이번 행정명령이 긴급수입제한 가능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조치가 우리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국내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명령 자체에 문제제기를 할 소지는 없다”면서도 “무역확대법 232조에 근거해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수입쿼터제한이나 관세부과 정도다. 이번 조치가 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세이프가드로 확대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진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트럼프가 이번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기본 소재나 주요한 기술 및 부품 등의 분야에서 자국의 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자생력을 갖추고 있어야 유사시 국가안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라면서 “철강은 교량 건설이나 군용 선박 등에 사용되는 기본소재인 만큼 이번 조치도 이런 개념으로 접근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어 “미국 국내법에 의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인 만큼 현 단계에서 문제제기를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후 실제로 법 적용이 이뤄진다면 WTO 제소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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