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백만불)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대(對) 미국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7배 가량 증가한 반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정체와 감소를 반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출처=한국수출입은행> <그래픽=월요신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대(對) 미국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7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베트남과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정체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금액은 35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06년(119억달러)에 비해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외직접투자는 거주자가 외국 법인의 경영에 참가하기 위해 주식을 취득하거나 해외에 지점, 사무소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급증한 점이다. 2006년 19억달러에 불과했던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129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2006년 대비 573%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 대한 해외투자가 늘어난 것은 최근 국내 대기업이 선진기술 도입을 위해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잇따른 데다 현지시장 진출을 위한 설비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최근 3년간 미국에서 10여 개 기업을 인수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초 31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LG전자 역시 테네시주에 연간 1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24일 본지 통화에서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대형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한 결과 지난해 대 미국 해외투자금액이 크게 늘었다”면서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 크고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도 투자를 장려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이만군도에 대한 해외직접투자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06년 2억2천달러에 불과했던 케이만군도 투자규모는 지난해 32억2천달러를 기록해 10년 사이 14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케이만군도의 경우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등과 함께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만큼 투자보다는 조세회피 목적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6년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금액의 71.9%는 금융 및 보험업에 집중돼 있으며 부동산업 및 임대업(14.1%), 전기·가스·수도사업(7.8%), 운수업(2.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를 조세회피 목적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 “최근 금융보험업이나 부동산임대업종의 경우 직접투자방식 보다는 펀드기관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펀드들이 케이만군도로 많이 몰려들다보니 자연히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규모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대 배트남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06년 6억달러에서 지난해 22억7천만 달러로 3.7배 증가했다. 연평균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저렴한 인건비,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투자인프라, 정치적 안정성 등이 투자가 증가한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의 최대 해외직접투자 대상국이었던 중국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 2006년 35억달러였던 한국의 대 중국 직접 투자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4억달러로 줄어들었다가 2012년에는 57억달러까지 다시 증가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다시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0년 전에 비해 6% 감소한 3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인건비, 부동산 가격 등의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동기나 매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및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점도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큰 반전이 없는 한 향후 중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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