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그림 이홍진 대표.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Art is in the air.’ 예술은 숨 쉬는 공기처럼 만연해 있다. 단지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이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예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홍진 바로그림 대표의 갤러리 운영 철학은 명료했다. 지난 2014년 10월 문을 연 바로그림은 누구나 그림을 쉽게 소유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이곳에선 작가들의 그림 사본을 프린트해 종이로 만들어진 액자에 넣어 작품을 판매한다. 다른 갤러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어떻게 하면 그림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까’, ‘어떻게 하면 작가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같은 물음에서 출발했다는 바로그림. 상수점에 이어 지난 2월 갤러리 형식의 매장을 오픈한 바로그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6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바로그림 갤러리를 찾았다. 입구에 ‘재즈가 그린 그림’ 이라고 적힌 전시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자 재즈 앨범 쟈켓을 담은 액자 수십 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를 둘러보자 이홍진 대표가 “종이로 만들어진 액자이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워 작품을 어디로든 옮길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갤러리 벽면을 철판으로 만들어 놓고, 액자 뒤에 자석을 붙여 자유롭게 전시하고 있다는 것.

그림을 담는 액자의 형태가 종이가 된 것은 ‘그림은 편하고 쉽게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대표의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평소 그림을 구매하면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림 자체가 비싼 것도 있지만 액자가 비싼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액자가 없으면 그림이 방치된다. 저렴하면서 그림의 가치는 그대로 가질 수 있는 프레임을 찾다 보니 ‘종이 액자’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바로그림에서는 놀랄만한 가격대로 그림 구매가 가능하다. 정사각형(그림크기 205㎜X205㎜)과 A3 타입(297㎜X420㎜) 두 종류의 종이 액자의 가격은 각각 3800원과 5800원. 여기에 작품 가격을 더한다고 해도 고객들은 만 원대에 그림을 살 수 있다. 원작이 아닌 사본이라고 그림의 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로그림에서 좋은 원단과 좋은 잉크를 이용,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도록 그림을 출력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바로그림 갤러리 내부.

바로그림은 등록된 작가에게 합리적인 보상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사각형의 종이액자로 그림이 판매되면 1000원, A3사이즈의 종이액자 그림은 2000원이 작가들에게 돌아간다.

이 대표는 “종이 그림 판매로는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운영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대표는 “고민 중이다. 갤러리를 유지할 수 정도의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작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작가들을 이용해 장사할 목적으로 종이그림을 판매하는 건 아니니까 다른 쪽으로 해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에 대한 수요가 많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생각 중이다. 일단 내년부터는 갤러리의 일부를 수익적인 방향으로 바꿔보려 한다. 예를 들면 평면 전시는 무료로 진행하되, 별도로 체험 공간을 만들어 비용을 받는다거나 아트샵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림 관람이 이뤄지면서 공간 활성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바로그림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작가들이 편하게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대중들이 그림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로써는 그런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더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바로그림을 통해 예술의 문턱을 낮추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갤러리를 운영한 2년 6개월 동안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점은 그림을 처음 구매하시는 분들을 볼 때다. 그림을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던 분이 그림을 구입하고 만족감을 느낄 때 가장 기쁘다. 처음이 어렵지 그림을 구매하는 경험을 갖다 보면 그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취향이 생기고, 그게 발전이 돼 하나의 문화로 확산이 된다고 믿는다. ‘그림을 구매하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기회를 갖게 해 주고, 예술에 대한 문턱이 낮추는 것으로 저희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그림에서 9월 전시 예정인 박그림 작가.

갤러리 한쪽에서 작업에 한창인 청년 작가 박그림씨를 만났다. 박씨는 오는 9월 바로그림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다고 했다. 갤러리에서 작업하는 이유를 묻자 박씨는 “바로 그림 측은 작가들이 갤러리에서 자유롭게 작업하고, 전시 주제나 배치 같은 것을 바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얼마 전부터 갤러리에 나와 작업하기 시작했다”며 “이곳은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가 열정을 보이게 되면 최대한 작가를 위해 지원해준다. 때문에 나도 9월에 있을 전시를 더 알차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공모전이나 그룹전 말고는 개인전을 해본 적이 없다는 박씨. 그런 그에게 바로그림은 어떤 존재일까. 박씨는 “청년 작가들은 대형 작가와 달리 전시할 기회가 없는 편이다. 바로그림은 청년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 종이그림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작가들에게 돌려주는 점도 고마운 일이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들에게 예술을 친근하게 접목하려는 취지가 좋다”고 말했다.

이홍진 대표는 종이액자 특허도 갖고 있다. 종이액자를 견고하게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것. 이 대표는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액자를 학교나 지자체에 보급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서 예술을 일반 대중과 더 가깝게 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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