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선후보 4차 TV토론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12일 앞으로 다가왔다. 12일 후면 당선자가 별도의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곧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예비 내각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각 후보들은 연일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기 바쁘다. TV토론에서도 예비 내각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원론적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대선 후보들은 예비 내각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을까.

인하대 정책대학원 박상병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지금은 국가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각 대선 후보는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 정책목표, 인적 구성과 같은 구체적인 내각구성에 대한 준비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국정을 안정화 시킬 후보가 누구인지 검증하고지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특정 인물을 거론하게 되면 해당 인물 검증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섀도우 캐비닛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준비는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섀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은 그림자 내각이라는 의미다. 야당이 정권 획득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는 내각을 말한다. 양당제가 발달돼 있는 영국에서는 야당이 정권 획득에 대비해 총리 이하 각료들을 미리 예정해두고 정권을 잡으면 예정된 맴버가 그대로 내각의 장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각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4차 TV토론에서 내각 구성 인사원칙과 기용하고 싶은 인물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문재인 후보는 “도덕성·개혁성·대탕평·대통합 관점으로 정부를 구성하겠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보여드리겠다. 구체적으로 우리 당에서 함께 경쟁한 후보들과 함께하고 싶고 국민추천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인사기준은 첫째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특히 꿈을 빼앗는 취업비리, 병역비리, 입학비리 그런 것에 연관된 사람은 절대 쓰지 않겠다. 둘째로 유능한 사람, 셋째로 계파와 이념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을 쓰겠다. OECD 평균 여성 각료 비율이 30%인데 여기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첫째로 능력을 보고, 둘째로 청렴성을 보겠다. 우리 당이냐 아니냐는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바로 일해야 하는 데 제일 중요한 자리가 총리와 경제부총리, 외교장관, 국방장관이다. 어느 정권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제일 능력 있고 깨끗하고 저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으로 하겠다. 특정인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정권 출신이든 개의치 않고 오로지 능력과 같은 뜻을 지향하는지만 보고 뽑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촛불 개혁내각을 만들고 남녀 동수로 구성하겠다. 청렴성과 개혁성, 탁월한 행정능력 중심으로 구성하겠다.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고 말해 송구스럽지만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 개혁성과 행정력이 뛰어난 이재명·박원순 시장과 함께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5인 후보들은 예비내각을 실제로 준비하고 있을까. 본지 취재 결과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 캠프는 ‘열중 쉬어’였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일의 특성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도덕성·개혁성·대탕평·대통합 관점 맞춰 검증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인수위 과정이 없기 때문에 총리 내정, 인선, 청문회 등 국회와 협의해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오늘 제주에서 안후보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안 후보 마음에 여러 분들이 있지만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 측에서 예비 내각과 관련해 여러 가지 현안을 검토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예비내각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그럴 여력이 없다. 다만 홍 후보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국정을 파악하고 한 달 안에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사법, 입법, 행정 모두 풍부한 경험을 한 홍 후보가 가장 적격이다”고 말했다.

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예비내각에 대해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 캠프는 지난 2월 예비내각 출범식을 가졌다. 국방부 예비장관에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언론개혁부 예비장관에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 국토환경부 예비장관에 이현정 정의당 녹색정치기획단 준비위원장, 동물복지예비장관에 송치용 정의당 동물복지모임 대표, 지방자치부 예비장관에 배진교 전 인천시 남동구청장이 임명됐다. 

집권 시 이 예비내각을 그대로 실행한 것인지에 대해 심 후보 캠프 측은 "집권하면 발표대로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개혁세력 범주에 있는 정당끼리 연대가 있어야 개혁 과제 수행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