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영혼에게 주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로즈박 장미조형 한지 설치예술가 <사진=로즈박 한지 연구소 제공>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장미와 한지의 만남. 화려함과 질박함, 얼핏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은 소재를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 로즈박. 그는 20년간 우리의 전통 한지를 주 재료로 장미를 표현해 냈다.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탄생된 작품은 총 900여점. 그는 왜 작품의 주제로 한지와 장미에 천착하는 것일까.

로즈박 작가는 그 이유를 ‘생명의 순환’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한지는 물에 잘 녹고 물에서 만들어지는 물의 종이다. 작품에 사용된 한지는 천연장미를 숙성시킨 염료를 배합해 물을 통해 염색한다. 죽은 장미가 다시 태어나 생명의 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질기고 오래가는 한지와 한국 여성이 많이 닮은 것 같다. 한국 여성들은 눈물이 많고 온갖 시련을 다 겪으면서 강해지는 것처럼 종이 한 장이 되기 위해 한지가 겪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지가 장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포용력을 가진 한국여성의 DNA가 깊이 스며 있음을 느낀다. 장미는 서양화, 한지는 역사적으로 동양(한·중·일)에서 사용해온 천년의 종이다.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한지와 장미를 통해 생명과 탄생, 생명을 품은 여성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랑과 평화 <사진= 로즈박 한지연구소 제공>

장미와 한지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매우 독창적이다. 로즈 박 외에 지금까지 조형예술 분야에서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다.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2011년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지조형예술가로 선정됐다.

사랑과 탄생-Red <사진= 로즈박 한지연구소 제공>

로즈박의 '2017 장미조형설치전 장밋빛인생으로'는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경인미술관 제1관에서 전시된다. 그는 이번 설치전에 대해 “작업실이 위치한 파주 운정지구는 재건축과 재계발이 한창이다. 그 수많은 별리의 현장을 지켜보며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 떠나간 흔적, 새로 오는 사람들의 희망, 삶의 여정 등을 우리 생을 감싸고 있는 탯줄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탯줄은 생명의 탄생을 상징한다. 쓰러짐과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환의 에너지를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로즈박 작가는 “빈 집을 돌아다니면서 폐기물을 주워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기물과 한지의 우아한 결합, 또 그 속에 장미가 들어가 융합의 생명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작품을 통해 상처받은 많은 이들이 위로를 얻고 긍정적 에너지를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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