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 지역별 득표현황. 파란색 =문재인 후보, 빨강색=홍준표 후보, 초록색=안철수 후보 <그래픽=뉴시스>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보수의 텃밭’으로 통하는 강남·서초·송파 강남3구에서 35% 이상 득표했다. 강남3구 유권자들의 이런 표심은 전례 없는 현상이다. 강남3구 득표율을 살펴보면, 강남구에서 문 당선인은 12만8927표(35.36%)를 득표했다. 홍 후보의 9만7639표(26.78%)나 안 후보의 8만201표(21.99%)보다 3만~4만표 더 많이 얻어냈다. 문 당선인은 서초구에서도 10만6416표(36.43%)를 얻어 홍 후보(7만4891표, 25.63%)와 안 후보(6만3977표, 21.90%)를 따돌렸다. 송파구에서는 17만7328표(40.30%)로 안 후보(9만9018표, 22.50%)와 홍 후보(9만8549표, 22.40%)를 눌렀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정당 후보를 지지해온 강남3구의 이번 표심은 반란에 가깝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김형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강남3구 유권자가 고학력 중심의 보수층이긴 하지만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는 76% 국민에 포함돼 있던 분들이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는 이유가 탄핵의 결과다. 또 보수 후보로 나선 홍준표 후보의 자질에 대한 실망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 후보가 있었으나 대세 후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세에 편성한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센터장은 “강남3구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안보 이슈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보수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가 경제보다는 안보 이슈 캠페인을 벌인 것이 이 지역의 표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어 윤 센터장은 “전조는 이미 있었다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강남을 제외한 서초·송파구에서 정몽준 후보에 앞섰다. 바른정당이 출범할 때도 기류 변화 조짐이 있었다. 바른정당 출범 당시 이혜훈(서울 서초갑)·이종구(서울 강남갑)의원을 비롯해 박성중(서울 서초을)·박인순(서울 송파갑)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이는 강남 3구의 유권자 성향이 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이제 강남3구는 더 이상 자유한국당의 텃밭이 아니다. 특히 젊은층의 변화가 주목된다. 이 지역에서 문재인 후보가 선전한 것은 세대 대결 양상이 강남3구에서도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 당선인이 강남3구 과반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 경제연구소 소장과 간담회를 하는 등 경제 공약에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젊은층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외대 정치학과 이정희 교수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강남3구 민주당 석권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번 대선이 양자구도가 아닌 다자구도였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와 표를 나눠 가져 그런 결과를 낳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3자구도가 가장 큰 변수였다”고 말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강남구 투표율(78.3%)의 경우 서울 전체 평균(78.6%)보다 투표율이 적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사전투표가 처음으로 대선에서 실시됐고 보궐선거로 오후 8시까지 치른 것에 비하면 투표율 자체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남구 쪽의 샤이보수가 많았고 이들이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일정 부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