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주요 외신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외신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한편, 향후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미국 CNN은 10일 “한국 대선에서 북한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을 선호하는 자유주의자 문재인이 당선됐다”고 전했다. CNN은 “문 당선자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사드 배치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강경 보수 정책과 상반된 것으로, 문 당선인이 한국의 현 대북정책을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AFP통신은 “좌파 성향의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후보가 압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최순실 스캔들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후보의 당선은 북한과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자유주의 지도자 문재인이 10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문 당선자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차기 정부에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박근혜 정부와 미군이 합의한 사드 배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관계에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재인 당선자는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를 중요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한미 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영국 주요 언론 매체들도 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전하며, 한국 대북정책의 변화를 예상했다. 가디언은 “문재인의 승리로 남북 화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채택된 햇볕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폐쇄된 개성공단의 재가동 협상과,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된 대북 지원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양 데탕트 지지자가 한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유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고, (사드배치로 경색된) 중국과 관계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내적으로는 경제회복 과제를 안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북한에 적대적인 트럼프 정부와 마찰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문 대통령의 승리 배경으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호소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개인적인 면모를 소개했다. 아사히 신문은 문 대통령이 대학생 시절 박정희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를 주도하다가 체포된 이력을 소개하는 한편, 인권변호사 활동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은 경력도 상세히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한일합의 재협상을 주장한 사실을 알리며, 향후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에 9년 만에 좌파정권이 집권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위안부 한일합의의 백지화와 재교섭 추진을 제기하고 부산 소녀상의 철거에 반대하는 등 두드러진 ‘반일(反日)’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교도통신도 “정권교체로 한국의 대북한·대일 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문 당선인은 한일 합의에 대해 재교섭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한국 대선 결과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CCTV는 러시아 군사 열병식을 생중계하던 도중 방송을 끊고 “문재인 당선인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됐다”고 긴급 보도했다. 신화통신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섬기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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