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더 이상의 ‘안풍’은 없었다. 한때 문재인 대통령과 양강구도를 보이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문 대통령에게 더블스코어로 뒤졌다. 이유가 뭘까.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고 싶어 한다.

실패의 조짐은 4월 초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그가 보수층을 잡을 요량으로 안보 중심의 보수적인 발언들을 내놨던 것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국민의당의 지속적인 네거티브 전략도 그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새정치’를 부르짖던 그는 대선기간 내내 기존 정치의 선거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의 그가 “문재인을 이길 후보 누굽니꽈아아”라며 루이 암스트롱식 발성법으로 내질렀을 때, 그는 알아챘어야 했다. 안철수에겐 ‘마초’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주변에서 어떤 조언들이 오고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런 내용이지 않았을까. ‘목소리에 맥아리가 없다’, ‘남자답고 강력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수표를 받기 위해서는 문재인의 반대편에 서야 한다’

샤이 안철수가 그에게 바랐던 것은 ‘강철수’가 아니었다. ‘문재인을 이길 후보’는 더더욱 아니었다. 시대는 이미 보수-진보의 이념 스펙트럼을 넘어 촛불 종결자를 원했다. 더 나아가 분열을 치유할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했다. 안철수는 그 요구에 부응했던가.

5년 전, 안철수의 등장은 계파갈등으로 점철된 정치권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다. 기득권을 미련 없이 내려놓은 의연함, 수평적 의사 소통, 국민 참여 정책네트워크 조직 등 그가 내세운 기치는 기존 정치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의 ‘바보 안철수’ 대신 강철수만 보였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또 어떤가. 그들은 계파정치로 상징되는 구시대적 정치에 익숙하다. 안철수가 이 구태를 없애고 앞장서서 새로운 정당민주주의, 새로운 정치 실험을 했다면, 대선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샤이 철수’가 ‘바보 철수’에게 바라는 것은 ‘구태 일소’이지 낡은 보수와 합작하는 ‘융합 철수’는 아니다. 그 사실을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대선 결과에 승복하며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고해성사했다.

샤이철수는 인내를 갖고 기다릴 것이다. 5년 후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며 이렇게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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