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이른바 ‘조국 발(發) 검찰 개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다. 판·검·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인사가 아니라 진보적 성향의 법학자를 민정수석으로 중용한 파격 인사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터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의 기수 문화로부터 자유로운 비(非)검찰 출신의 개혁주의자를 민정수석으로 발탁한데는 검찰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 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 개혁을 말했다. 조 수석은 11일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열린 신임 수석비서관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영장 청구권까지 갖고 있다”면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제대로 공정하게 사용돼 왔는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문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과거 정부에서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더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미연에 예방됐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다. 그 점을 충실히 보좌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의 검찰 개혁 구상은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구체적으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맡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의 역할 분담 문제가 양대 과제로 꼽힌다. 두 가지 모두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때부터 밝혀온 것이다.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해 검찰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치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신설할 예정이었지만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검찰의 반발에 부닥쳐 현실화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3년 집권하면서 공수처 신설을 추진했지만 검찰의 저항에 부딪혀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공수처 설치에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4당의 의석을 합산하면 186석에 달해 국회 통과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 수석은 “공수처 신설 문제는 제 입장이기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소신이기도 하다”면서 “공수처 신설은 저의 권한이 아니라 국회의 권한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협조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 신설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검찰의 반발에 대해서는 “공수처 신설은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 믿고 있다. 과거 정부 때와 같이 청와대와 검찰이 충돌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는 데 합의하고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시작이라면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의 권력 제한은 검찰 개혁의 완성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소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가진 막강한 권력기관인 검찰의 힘을 신설될 공수처와 경찰 등에 나눠줌으로써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상호 견제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공수처가 신설되면 고위 공직자 비리에 관한 한 검찰의 역할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 수사권으로 국한된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직접적으로 검찰의 역할을 축소하게 된다. 검찰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 공수처를 설치한 뒤 수사권 조정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 수석은 과거 민정수석실이 사실상 행사해왔던 검찰의 수사 지휘 및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정수석은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면서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되는데 과거 민정수석들은 그걸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민정수석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인사는 법무장관이 하는 것”이라면서 “검찰 출신이 아닌 제가 이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은 검찰에 전화해 수사지휘나 인사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관행 자체가 완전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검찰 개혁의 시한도 제시했다. 그는 “선거가 시작되면 개혁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끝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한 조 수석의 과거 발언도 눈길을 끈다. 조 수석은 지난 2010년 출간한 ‘진보집권 플랜’에서 진보 개혁진영이 집권했을 때 추진해야 할 검찰 개혁으로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장했다. 핵심은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권을 나눠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조 수석은 “검찰은 스스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타 권력기관에 비해 문민 통치를 받지 않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면서 “전세계 검찰 중 한국만큼 많은 권한을 가진 검찰은 없다. 검찰에 대한 통제 장치가 법원 외에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지난 2002년 한국형사정책학회 학술지 ‘형사정책’에 기고한 ‘특별검사제의 한시적 상설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글에서도 “상설적 특검제의 한시적 도입으로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에 ‘충격요법’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수처가 상설적 특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005년 학술지 ‘서울대 법학’에 기고한 ‘현 시기 검찰, 경찰 수사권조정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논문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조 수석은 “검찰이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신중하게 행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요 범죄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되, 민생치안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