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심상정 전 후보 노동부 장관 입각설, 유승민 전 후보의 경제부총리설이 돌았다. 이에 해당 정당은 사실무근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의 경우는 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 취임 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의했다. 힐러리의 첫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힐러리를 거듭 설득했다. 이에 힐러리는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하지 않고 오바마와 바로 만날 수 있는 권한과 국무부 내 인사권의 보장을 요구했다. 오바마는 이에 동의했다.

힐러리는 장관에 발탁된 날 “나는 이제 미국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믿는다. 전임 정권 행정부가 보여준 마비된 외교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잠재력과 가능성의 시대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임기간 동안 112개국 160만㎞를 여행하며 미국의 외교를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했다.

한국 대선 후보는 힐러리와 달랐다. 선거가 끝난 뒤 입각설이 나돌자 후보들은 한결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정의당 논평을 보자. “오늘 오후 갑자기 SNS 상에 급속하게 우리당 심상정 대표의 노동부 장관 입각설이 떠돌았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야당이자 공당의 대표가 합리적 과정 없이 입각 명단에 오르내리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고 반발했다.

바른정당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유승민 후보는) 경제부총리를 제의 받은 적 없다. 함께 경쟁한 대선후보에게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는 예의가 없는 행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대통령에 도전한 마당에 장관 하라고? 쪽팔리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런 생각은 옳은 것일까. 본인 입장만 생각하고 국민 생각을 하지 않아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닐까.

물론 정의당과 바른정당의 논평에는 온도차가 있다. 정의당은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합리적 과정을 거쳐 입각을 제의하면 수락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반면 바른정당은 ‘예의’를 문제 삼았다. 대선후보에게 장관직 제의가 예의에 어긋나 싫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격을 따지거나 체면을 중시하지 않고 장관직을 수락했다. 이유는 국가에 대한 봉사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심상정 유승민 후보 역시 국가에 봉사하겠다며 대통령에 도전했다. 하지만 대통령만 국가에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얼마든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새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입각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입각 제의를 받더라도 지금처럼 “상식 밖이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협량해 보일 수 있다. 국민들은 이제 협량한 지도자는 원치 않는다. 촛불은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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