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탐방
<탐방> 장애인문화예술공간 ‘에이블 아트센터’“아름다움은 장애를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죠”
오는 21일 에이블 아트센터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는 박길호 작가(좌)와, 그의 아버지인 박구홍씨(우).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예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할 수 있는 도구이며, 장애는 예술 그 자체다.”

에이블 아트센터 장병용 이사장의 말이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에이블 아트센터는 장애인 문화 권리 실현을 위해 세워진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문 문화예술 공간이다. 에이블 아트는 예술을 통해 장애(disabled)를 할 수 있게 (able) 변화시킨다.

11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 위치한 에이블 아트센터를 찾았다. 이곳이 장애인 예술센터로 거듭나는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수원등불감리교회 목사인 장병용 이사장이 있다. 설립 동기를 묻자 장 이사장은 “이 공간이 장애인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발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트센터를 열었다”고 말한다.

에이블 아트센터는 콘서트홀, 문화카페와 아트샵, 도예·공예실, 회화·음악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장애인 예술가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시각예술,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예술은 회화, 판화, 도예, 사진, 영상 분야의 전문 강사가 장애인과 함께 한다. 공연예술은 장애인으로 구성된 ‘헬로우 샘 오케스트라’가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 대부분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청소년들이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비장애인 못지않다. 1년에 두 차례 정기연주회를 열고, 비장애인과 함께 앙상블 공연도 펼친다.

장병용 에이블 아트센터 이사장.

장 이사장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변한다. 여기서는 아이들을 제재하지 않고 자유롭게 두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성이 길러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 때 가장 기쁘다”라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가 그린 그림도 볼 수 있었다.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 벽면에 그려진 그림은 알록달록한 색감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폐수로 인해 변종된 동물들과 우주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별들을 그린 그림이다. 제목을 물으니 ‘은하수 놀이터’란다.

장 이사장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안으로 무한히 열려 있다. 센터에서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끄집어내주고 확장시켜준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을 보고 있으면 놀랍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박길호 작가를 만났다. 그는 오는 21일 ‘놀다 길호’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앞두고 열심히 준비 중이다. 자폐1급인 박길호 작가는 아버지인 박구홍씨와 함께 주 5회 센터를 찾아, 매일 3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벌써 2년째다. 부자가 함께 아트세터를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1995년생, 올해 23살이 된 박길호 작가는 IQ 30, 3살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름, 주소를 말하지 못하고, 흔한 의사 표현조차 어렵다. 아버지 박씨는 “길호가 자폐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였다. 선생님이 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라. 그전까지는 생업으로 바쁜 탓에 길호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늦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었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길호를 데리고 캐나다로 갔다. 1년 가까이 그곳에 있었지만 복지가 생각만큼 맞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국에 돌아와 길호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주려고 했다. 여러 개의 특수학교를 알아보고, 직접 영화 학교를 만들어 길호와 영화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이 적응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15군데가 넘는 지역을 옮겨 다녔고, 승마, 골프, 사격, 피아노 등 시키지 않은 게 없을 정도였다. 박씨는 “인천에 있는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길호가 무엇을 해야 좋을까 생각해봤다. 그러던 중 길호를 데리고 전등사를 갔었는데 집으로 돌아온 길호가 전등사를 종이에 그리더라. 뭘 배워도 흥미를 못 느꼈는데 그림은 달랐다. 이후 이런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곳을 찾다 에이블 아트센터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길호 작가.

센터에 온 길호가 처음부터 적응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그림을 가위로 오려 작업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길호는 점차 안정적으로 변했다. 길호의 재능을 발견한 박씨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뒷바라지했다.

박구홍씨는 방송계에서는 잘 알려진 유명 작가다. 직업이 작가이다보니 장애인 아들을 돌보는 일에 시간을 더 낼 수 있었다. 박씨는 “장애인 예술은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 나는 늘 아이 곁에 붙어있었다. 내 직업은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은 작가다.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도 길호에게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운명적으로 정해진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길호를 장애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특별한 애다. 영원히 늙지 않는 아이지 않나. 길호가 그림을 그리며 매일 행복해하니 이 이상 바랄게 없다”고 덧붙였다.

길호 전시회를 기획한 에이블아트센터 이지혜 팀장은 “길호 작가의 작품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면이 있다. 또 꾸밈이 없어 보는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길호 작가의 작품.

박씨는 길호의 전시회에 랩퍼도 부르고, 시인도 초청할 생각이다. 장애인 예술이라고 딱딱하거나 심각하게 작품을 보는 것보다 축제처럼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블 아트센터도 박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시회를 축제한마당으로 열 계획이다.

장병용 이사장은 “아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거리낌 없이 연결될 수 있는 도구다. 장애인들이 살맛나는 세상, 또 장애인의 작품으로 비장애인도 치유 받고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화 기자  mhkim@n591.ndsoftnews.com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 받습니다] 월요신문 MDN이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뉴스 가치나 화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사 제보 및 사진·영상 등을
월요신문 편집국(wolyo2253@daum.net / 02-2253-4500)으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김미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