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스모그가 발생한 중국 베이징의 모습. <사진=뉴시스>

며칠 사이 중국 발 스모그가 다시 한국을 점령했다. 여기에 황사까지 겹쳐 하늘이 뿌옇다.

한국 하늘인지 중국 내륙 하늘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중국에서 스모그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산업화에 따른 공해, 중국인의 생활 양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중국 중화학 공장들의 분포가 산동성, 천진시 등지에 집중되어 있는데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여기에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현되는 황사까지 겹쳐 맑은 하늘을 볼 수 없게 만든다.

오염의 본거지인 중국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요즘 북경 거리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되었고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휴대하기도 한다. 공기 질이 나쁘다 보니 북경마라톤대회가 열리면 일부 선수들이 마스크나 방독면을 착용한 채 달리기도 한다. 공해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풍경인 것이다.

필자도 북경의 대기질 상태를 직접 체험했다. 스모그에 황사까지 겹친 어느 날, 북경의 한 길거리를 걷는데 눈이 쓰라릴 정도였다. 시야가 흐릿해 먼 곳은 식별이 불가능했다. 그 광경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폐허가 된 도시를 연상시켰다.       

스모그에는 황산염과 질산염 등 각종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들은 2013년 WTO에 의해 지정된 1급 발암물질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스모그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특히 노후 된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이 심각하다. 그렇다고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후 공장의 오명을 단속하면 제품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 정부는 대기 오염 문제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석탄을 이용한 난방시설도 문제다. 가정용 난방의 70% 이상이 이에 해당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석탄으로 난방 공급을 하니 이산화황과 탄소가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석탄은 화북 지방의 중화학 공업, 전기 발전에도 쓰인다. 이 때문에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중국의 화북, 동북지방, 그 중에서 특히 북경 천진 일대의 공기가 매우 나빠진다.

차량에서 내뿜는 공해도 엄청나다. 특히 노후된 배기기관을 달고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많다. 또한 중국 차량 연료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낙후돼 있다. 여기서 내뿜는 오염물질도 스모그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인의 요리법도 오염과 무관치 않다. 중국에서는 볶거나 투기는 요리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반 가정의 오염지수가 요리법에 따라 100배 이상 차이난다. 그 외에 길거리 마다 있는 꼬치구이, 명절 때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폭죽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통적 생활양식에 대해서는 하루 아침에 바꾸기 어려워도 산업화에 따른 폐해는 규제로 해결이 가능하다.

중국 정부가 대기질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2년부터다. 그 해 환경보호법과 대기오염 방지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했고, 지방정부를 상대로 ‘공기질 표준 준수’ 및 오염 물질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목표 달성을 못하는 지방정부를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잣대가 달라진다. 한국의 미세먼지 증가가 중국의 영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있음에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최근 북경에서는 초강력 북서풍이 불어 미세먼지가 사라졌다. 사라진 먼지는 바람을 타고 한반도를 기습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황사와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불리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한다. 그게 중국의 속성이고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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