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분식회계추방연대 대표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무릎 꿇어라” 폭행이란 제목을 SNS에서 보고 깜짝 놀라서 기사 검색을 해보니 일부 언론에만 이것이 기사화 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진=네이버 뉴스 캡쳐>

기사 내용을 읽어 보니 울산에 있는 모 자동차회사의 정규직이 비정규직 직원이 쳐다보았다는 것을 이유로 폭행을 하여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1심 재판부인 울산지법에서 특수폭행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하였다는 것이 간단하게 언급된 내용이었다.

오직 한 신문이 이 사건에 대하여 조금 분량을 할애하여 기사를 작성하였다. 이 기사에도 한 자동차회사라고 언급되어 있었다. 모든 기사가 한결 같이 모 자동차 아니면 한 자동차라고 표현을 하였다. 광고권력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물론 울산에 있는 자동차회사가 현대자동차 말고 다른 자동차회사는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기사를 쓰라고 요구를 한 모양이다.

「같은 사회,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있다. 좀 더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하고 계약에 의해서 한시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좀 더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불안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도와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선을 그어놓고 차별을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13일 울산지방법원(법원장 이기광)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자신을 ‘쳐다본다’고 폭행한 A씨에게 특수폭행죄를 적용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한 자동차 회사의 울산공장 직원 A 씨는 지난해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협력업체 근로자인 B씨가 자신을 쳐다보자 “비정규직이 감히 나를 쳐다봐”라며 욕설을 하고 근처의 간이 헬스장으로 끌고 가면서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구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헬스장에 있던 금속 재질의 운동기구를 들고 B씨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위협했으면 재차 주먹으로 머리를 가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A씨는 멱살을 잡고 흔들기는 했지만 구타를 하거나 위협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 씨가 허위로 진술할 사정이 없고, 관련자 진술도 공소사실과 일치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자와 약자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나보다 강한 자가 있다면 나는 상대적으로 약자가 된다. 이 사건에서도 A씨는 B씨보다 강자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인 B씨보다 안정적인 위치에 있으며 본사와 협력업체라는 관계도 그런 관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A씨가 절대적 강자일까? A씨는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과 비교했을 때는 약자가 된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고 자신들의 고용상태의 부당함을 끊임없이 어필하며 강자인 기업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자신도 약자의 위치에 있을 때는 강자에게 당하는 서러움이나 부당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강자의 위치에 있을 때는 이런 사실을 망각하는 듯하다. 좀 더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어서일까, 평소에 접하지 못한 권력에 취한 것일까. 똑같은 일을 하면서 똑같이 약자의 위치에서 서로 위로하고 함께 해야 할 사람을 못 알아보고 갑에게 당했던 울분을 자신의 을에게 더 심하게 저지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타인에게 있어서 ‘부당함’이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넓은 마음을 갖고 함께 협동한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와 같은 어이없는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선뉴스 2017년 3월 14일」

 

<사진=네이버 뉴스 캡쳐>

여기서 세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이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문제가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다음은 이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불법파견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며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비정규직(노동시장 유연화) 그거 재벌이 한 거 아니거든요’ 이것이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신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신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IMF외환위기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 이 비정규직제도 이므로 재벌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 표현이 바로 ‘비정규직 그거 재벌이 한 거 아니거든요’이다.

문민정부가 초래한 외환위기로 인하여 IMF의 달러를 빌리기 위하여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이었다. 근로자 파견법 제정은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근로자 파견법 : 근로자 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용을 꾀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은 물론, 인력수급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1998년 2월 20일 법률 제5512호로 제정되어 1998년 7월 1일 시행하였다」

이 법 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 ①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

문제가 되는 내용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라고 하는 저 단서조항이다. 저 문구에 의하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은 정규직 인원으로만 제조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왜 저렇게 법이 제정된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노동권 보호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러면 저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국 제조업에서는 정규직인원으로만 작업을 하였을까? 아니다. 전혀 아니다. 근로자 파견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사내하청이라고 통칭하는 하도급 업체가 있었다. 사내하청을 운용한 근거는 ‘하도급법’이라 통칭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1984에 제정된 법으로 원사업자와 수탁업자간에 제조.수리.시공.용역 등을 위탁하는 업무에 관한 법률이다.

 

이 ‘하도급법’ 정의에 의하면 수탁업자가 위탁 받은 제조.수리.시공.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원사업자에게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원사업자의 생산라인에 투입된 수탁업체 직원에 대하여 원사업자가 직접적인 작업지시나 통제를 하게 되면 하도급 거래가 아닌 원사업자의 직영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청업체는 근로자 파견법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한국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신교수가 말한 논리 ‘노동시장 유연화, 그거 재벌이 한 거 아니거든요- 즉 파견 근로자 운용은 정부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 저 논리가 엉터리 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필자가 지난 주 기고문 ‘기업 재산권침해와 업무상 배임죄’에서 말한 두 번째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 두 번째 결과는 형식적인 이사회 의결로 인하여 집행임원의 불법성을 제어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들의 불만을 응축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의식이나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목표로 추구하는 것은 늘 정당하고 선이다. 일부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 있어도 그것은 불가피한 그리고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는 식의 논리가 한국사회에 허다하다.」

 

다시 말하자면 근로자 파견법이 제정 시행된 1998년 7월 1일이후에는 한국사회 제조업에서 직접생산 라인에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의 인원을 고용하여 작업을 시킨 것은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즉 불법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관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진행 결과가 다음 신문기사들이다.

 

<사진=네이버 뉴스 캡쳐>
<사진=네이버 뉴스 캡쳐>

 

 

여기서 한국 제조업체의 파견 근로자라는 단어는 1998년 7월부터 사용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1984년부터 있었던 것이 이 비정규직임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비정규직 그거 재벌이 한 거 아니거든요’는 완전히 엉터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1998년 7월 1일 이후에도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생산공정 하도급 업체를 운영하였으며, 그 하도급 업체 소속인원이 현대 또는 기아 자동차의 작업지시를 받아서 일을 하였으면 이것은 하도급이 아닌 불법파견 인원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1998년 7월 1일 이후에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단 한 명의 비정규직도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즉 수 천명의 사내하청 인원이 하도급거래의 형식을 차용한 불법파견업체 직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불법을 알고도 수 년간이나 계속하였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그 혜택은 얼마나 되며 누가 가져갔을까?

더구나 이런 불법으로 인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임금차이뿐만 아니라 쳐다본다고 폭행까지 하는 안하무인의 세상을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한전철탑과 광고탑 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시위를 하여 얻은 결과가 겨우 2016년 3월 현대자동차 그리고 11월에 기아자동차가 직접생산공정의 불법 파견인원(하청인원)을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으로도 생산공정의 비정규직 문제는 종결되지 않고 아직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다음에 살펴보기로 하자.

어찌 되었든 간에 불법 파견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은 1998년 7월부터 무려 18년이 지나서 근로자 파견법이 제대로 시행된 것이다. 그러면 그 동안 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하여 무슨 책임을 진 것이 있나? 없다. 그러면 법이 불명확하여 지키기가 어려웠나? 그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있나? 그렇다. 그것은 돈이었다.

그러나 제조업 생산공정의 파견 근로직의 사용이라는 불법성은 비정규직의 여러 가지 문제의 하나 일뿐이다. 그 외 다른 것은 차차 살펴보기로 하더라도 이것은 한 마디 해야겠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신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 되려나?

‘비정규직 그거 재벌이 시작한 거 맞거든요, 1998년 7월 이후 불법임을 알고도 계속한 거 맞거든요, 그로 인한 혜택도 재벌이 가져간 거 맞거든요. 그리고 저 불법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안 지고 있는 것도 맞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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