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좌) 및 2011~2015년 국외 무기구매 계약 현황(우) <자료출처=방위사업청> <그래픽=월요신문>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난 16일 민·군 검찰이 방위사업청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수사 대상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보좌역을 지낸 현역 육군 대령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11일 4개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사드 배치 강행’ 관련 수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드 조기 배치를 주도한 김관진 실장과 록히드마틴의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국방부 검찰단은 방위사업청 C4I(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 사업부서 사무실과 지난 2015년 C4I 사업 추진 당시 팀장으로 근무했던 장 모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장 모 대령은 김관진 실장이 2군단장 재임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C4I 사업을 추진하면서 방산업체로부터 수백만원 대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군 검찰은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간 방산업체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같은 날 민간 검찰인 서울중앙지검도 방위사업청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16일 방위사업청 물자계약팀 소속 임 모 주무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업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임 모 주무관은 방산업체 등에 자신이 맡은 계약 관련 정보를 흘리는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임 모 주무관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추가 연루자가 있거나 금품수수 등 비리행위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드 배치 의혹 관련 조사에도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16일 사드 배치 강행과 관련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4명을 고발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충환 대표를 소환해 고발인 조사를 벌였다. 이에 앞서 성주투쟁위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11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사드 비용 부담 가능성을 은폐하고, 경제적 타당성, 비용대비 효과 등에 대한 조사 분석을 다하지 않은 채 사드 배치를 강행해 막대한 비용 부담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권력 공백 상태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기습적인 사드 배치가 이뤄진 만큼 이를 주도한 김관진 실장에 검찰의 칼날이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김 실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록히드마틴 측과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SBS 뉴스에 출연해 “정부가 사드를 서둘러 배치하면서 중국으로부터는 경제 보복을 당하고, 미국으로부터는 10억달러 사드 비용 청구를 받는 외교적 참사가 일어났다”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록히드 마틴과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 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최순실 씨가 록히드마틴 측과 결탁한 의혹이 있어 제보 등을 바탕으로 파헤치고 있다”면서 “2014년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F-X(차세대 전투기 사업) 기종이 보잉 F-15에서 록히드마틴 F-35로 바뀐 것과 관련해 ‘정무적으로 판단했다’는 말을 했다. 정무적 판단의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X 사업은 공군이 보유한 F-4 등 노후 전투기들을 대체하는 7조 3000억 원대의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F-X 사업에는 보잉의 F-15SE, 록히드마틴의 F-35,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이 참여했다. 당시 보잉과 에어버스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을 위한 핵심기술 이전 및 항공기 사업 투자를 약속한 반면, 록히드마틴은 핵심 기술 제공을 거부했고 경쟁사들에 비해 가격도 비쌌다. 이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013년 9월 보잉의 ‘F-15SE’을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선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런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돌연 F-15SE안을 부결했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안보상황, 세계 항공기술 발전 추세 등을 감안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6개월 뒤인 2014년 3월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록히드마틴의 F-35A가 단독 후보로 올라와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결정됐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F-35A를 선정한 것은 핵심기술 이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록히드마틴과의 유착 의혹이 단순히 김 실장의 수준을 넘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까지 간여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 농단 세력이 외교·안보 분야까지 침투했다는 사실이 어렴풋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2015년 4월 메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회장이 방한한 데 이어, 두 달 뒤인 6월에는 사장, 부사장이 떼를 지어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는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 관계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방한해 우리 정부 주요 인사를 접촉하고 있던 시기였다. 2015년 10월말에는 록히드마틴 마이클 트로츠키 부사장이 ‘한미 양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논의 중’이라고 천기를 누설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록히드마틴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던 셈이다. 록히드마틴에 줄을 선 현 정부 비선 실세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역시 지난해 10월 28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사드 배치는 국방부 장관을 배제하고 누군가에 의해 결정돼 아래로 내려온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의 양심고백이 필요하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김관진 실장도 알고,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 정부와 록히드마틴 간 무기계약 체결액은 크게 늘어났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11월 15일 “미국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와 한국 정부의 무기계약 체결액이 10배, 15배 급증했다”면서 “2010~2015년 록히드마틴 무기계약 체결액은 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2021년까지의 계약을 보면 12조원 이상을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월 20일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지난 4년(2013~2016) 동안 한국 정부가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무기계약 금액은 107억2475만달러(약 12조4398억원)로 이명박 정부(7억7777만 달러)에 비해 13배, 노무현 정부(1억 976만 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1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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