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픈마켓에서 한국 제품 홍보 보람 느껴”

타오바오에서 한국제품 방송을 진행중이다. <사진= 장유진 제공>

[월요신문 권현경 기자] 지금은 MCN 시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 MCN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생방송 플랫폼만 300개 넘었고 이를 시청하는 숫자만 3억 명에 달한다. MCN은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란 말로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 유통·판매·저작권 및 콘텐츠 제작자 등을 관리하는 미디어 사업을 뜻한다. 1인 방송 진행자를 뜻하는 크리에이터는 MCN 회사에서 일하는 방송인과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활동 하는 방송인을 일컫는다. 

국내에도 PC, 모바일 기반으로 뷰티, 게임, 토크,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이들은 보다 많은 시청자를 만나기 위해 시장 규모가 큰 중국 MCN에 진출한다. 15일 크리에이터 장유진 씨를 만나 중국 MCN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유진 크리에이터 <사진=장유진 제공>

중국 방송을 1년 넘게 해왔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6년 2월부터 시작했다. 한류가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똑같은 방송 콘텐츠를 하더라도 시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곳에서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때만 해도 중국 MCN에 진출한 크리에이터가 많지 않아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었다. 중국어를 못해도 통역이 있어 방송이 가능했다. 중국에 진출한 MCN업체 HSMCN에 노답PD란 분을 통해 소개받았다. 장유TV(문어방송)와 계약하고 중국 방송을 처음 해보니 괜찮겠다 싶어서 주변 방송하는 친구들 6명에게 같이 하자고 했다. 장유TV에 나가자마자 1등을 했다. 8천 명이 동시 접속했다. 중국의 거대 시장이 느껴졌다. 이후 롱주TV로 옮겨 3개월 방송하자 동시 접속자가 20만 명으로 증가했다. 방송 컨셉이 그 플랫폼 사용자 특성과 잘 맞았던 것 같다.

주로 어떤 주제로 방송을 하나.

한복을 입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지역을 돌면서 관광지 소개를 한다. 삼청동, 인사동, 가로수길, 명동, 동대문 새벽시장, 드라마 촬영지, 대형기획사 투어 등 다양한 장소를 보여줬다. 경복궁은 가능한 피했다. 한 시청자가 왕이 살던 곳이 왜 이렇게 작으냐고 해서(웃음). 한국 뷰티, 음식에도 중국인의 관심이 많은 편이라 방송인 친구를 불러 먹방을 하는 등 일상적인 모습과 일상적인 대화로 녹여내도록 기획했다.

어떤 주제가 반응이 좋은 편인가.

비주얼적인 주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 번은 유명한 연예인이 아닌 제가 스튜디오에서 화보 찍는 모습을 방송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여행과 관련된 건 전반적으로 꾸준히 인기가 있는 편이다.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좋았던 건 한국어교육 방송이었다. 롱주TV에서 교육방송같이 칠판을 놓고 한글 문장을 적어가면서 일상적인 것, 좋아하는 연예인, 취미생활, 이성에게 말 거는 법 등 실용성 위주의 우리말을 알려줬다. 그러자 실시간 댓글 질문이 쇄도 했다. 가장 쌍방향 소통이 활발했던 방송이다. 콘텐츠는 방송하는 사람과 시청하는 사람 모두 본인이 관심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개인적인 요소가 접목돼야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롱주 TV 한복입고 삼청동 관광지 및 한복 소개 <사진=장유진 제공>

방송은 얼마나 자주 하고 있나.

월급제로 방송시간이 정해져 있다. 한 달에 40시간~50시간 자유롭게 방송하는 조건, 하루에 2시간씩 20일 이상 방송하는 조건 등 형태가 다양하다. 인터넷방송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3월 15일자로 공식적으로 방송 중단 공문 통보돼 현재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을 꼭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급여, 배너를 걸어주는 것과 같은 홍보 지원이 없다.

중국 방송 플랫폼에서 월급을 준다고 들었다. 수입은 괜찮은 편인가.

기본 300만 원부터 시작했다. 방송 중에 시청자가 주는 선물(별풍선) 수익은 따로 있다. 합치면 월 수입은 300만~500만 원 정도 된다. 여행 콘텐츠의 경우 선물을 잘 주지 않는다. 토크하는 분들이 선물은 제일 많이 받는다. 유명 크리에이터 중에는 정말 많이 버는 사람도 많다. 월급에는 방송시간 의무 조건이 포함된 것이다. 중국에는 신생 플랫폼이 많다.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고 월급을 줘서 꾸준하게 방송하도록 하고 플랫폼 안정화를 노린다.

중국 1인 미디어 시장을 경험해 보니 국내와 어떻게 다른가.

방송환경의 차이는 없지만 시청자들의 시청 태도 차이는 아주 크다. 중국 시청자는 매너가 정말 좋다. 토크 콘텐츠를 건전하게 소통하는 분들이 많다. 한국에는 키보드워리어 (악성 댓글을 상습적으로 만드는 네티즌을 가리키는 말)가 많아 은어, 비속어 이런 것들을 다 참고 견디면서 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인은 방송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시청료를 지불하고 보는 게 당연하다며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아프리카 TV 경우 별풍선 선물 단위는 1가지로 한 개당 100원인데 반해 중국은 선물의 단위(1원~200만원)가 다양하고 선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특수 CG 효과가 개발돼 있다.

롱주TV 메인화면 한국어수업 전체 6위 랭크 <사진=장유진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개인방송을 마이너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 않나.

솔직히 처음 지상파 방송을 하다가 인터넷 방송으로 옮길 때 그런 주변 시선 의식이 많이 됐다. 그런데 중국은 판빙빙 등 스타급 글로벌 배우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플랫폼 개인방송을 한다. 그게 루저가 아니다. 경계나 차별 없이 다 같이 누구나 한다. 그런 점이 부럽다.

중국 방송 시장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방송은 동시통역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방송 중에 당황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모바일로 방송을 하던 중 홈 버튼을 잘못 눌러서 방송에서 나가져 버렸다. 방송이 끊긴 줄 알고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런데 다행히 우리나라와 송출방식이 달라 일시적으로 신호를 잡고 있다고 했다. 다시 방송 어플에 접속하니 잠시 정지 화면으로 나가고 있었다. 공식적인 방송이라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에서 한국인이 인터넷 방송을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동영상 플랫폼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계약을 진행한다. 개인이 방송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차단된 건 아니다. 우리나라 기획사 오디션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를 하면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특히 개인은 플랫폼과 수익 배분에 있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방송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정치적이거나 민족과 관련된 발언은 하면 안 된다. 실제 저는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는데 채팅창에서 한족과 조선족이 싸워 난리 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 플랫폼이나 타 기획사에서 인기 있는 BJ(인터넷 방송자)를 견제 하려고 채팅창에서 논란을 일으켜 제거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데 휘둘려서는 안된다.

사드배치 전과 후를 비교해 변화된 점이 있나.

사드배치 결정 후에 2월 말부터 강경책 말이 나왔었다. 무조건 한국 사람이면 욕하는 일이 생겼다.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주의하고 통역하는 분이 필터링을 해준다.

중국 시장 진출을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진입하려면 중국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한다. 한국이라 관심 가져주던 시기는 지났다. 원래 한국제품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좋아한다. 그렇지만 관심 없던 분을 관심 갖게 하긴 아주 어려운 상황이다. 관심을 끌려면 소통을 잘하고 현지화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중국 방송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고민했다. 좋은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유명하지 않아서 자신의 콘텐츠를 세상 밖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풀어내고 연결해 주고 싶다. 미디어 커머스 중심으로 타오바오라는 중국 오픈마켓에서 한국 제품 판매 방송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데 루트가 없어 엄두를 못내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타오바오쪽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모색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