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중국이 변화된 몸짓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한 것이 한 예다. 중국의 주석이 한국 대통령 취임에 먼저 전화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중국 수뇌부의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본다.

중국은 외교 관계에 있어, 특히 껄끄러운 상대인 경우 냉온탕 즉 강경과 회유를 반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번에 이해찬 특사 자리 배치를 놓고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는데 여기서 중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한국 특사 자리를 상급자에게 업무보고 받듯이 배치된 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다.

<사진=뉴시스>

중국은 늘 그렇지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예전부터 속국으로 간주해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2011년 12월 서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우리 해경 특공대원이 살해됐을 때도 중국 정부는 한마디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현안을 해결하려면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는 것만으로는 어렵다.

2008년 4월27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중국인 유학생 수천 명이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관제 대모 성격이 컸다. 중국 공안의 티베트 인권 침해를 비난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중국인들이 무차별 폭행을 가한 것이다. 경찰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대한민국 경찰인지 중국 경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물병과 돌멩이가 날아가고, 중국의 국기인 '오색홍기'를 달아놓은 깃대는 둔기로 변하고…한마디로 아수라장에 불법이 판쳤다.

이에 시민들은 4월 27일을 '중국인의 서울 폭동 사태'로 규정하고 "폭력을 휘두른 중국인을 처벌하라“고 주장했지만 유야무야 끝났다. 한국 정부의 이런 지나친 저자세는 외국과 크게 비교된다.

2008년 서울 폭동 한해 전인 2007년 4월 12일 이탈리아에서 중국인 폭동이 발생했다. 불법 주차하다 걸린 중국인이 항의하며 폭력을 행사하자 경찰이 곧바로 체포했다. 이를 보던 다른 중국인들이 가세했다. 시위는 순식간에 수만명으로 늘어났고 거리는 무법천지가 됐다. 이를 지켜본 이탈리아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즉시 병력을 투입해 강제 진압에 들어갔고 2000명을 체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그러자 중국인들이 태도를 바꿨다. 폭동이 사라진 것은 물론 얌전하게 굴었다. 중국인이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80년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를 거쳐 90년대 말 미국의 도움으로 WTO체제에 가입한 뒤 급격히 성장했다. 처음에는 ‘화평굴기’를 주창했으나 군사력이 팽창한 지금 그 구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국굴기’를 외친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패권국가로 나아가려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다. 중국의 이런 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 때문이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은 일본의 팽창 야욕을 부추긴다. 한반도 주변의 이런 모습은 구한말 대한제국이 처한 상황과 매우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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