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4일 오전 5시27분 평안북도 구상 일대에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주한미군의 사드 레이더가 북한의 ‘화성-12호’ 미사일을 탐지했다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허위발언’ 논란에 휩싸였다. ‘북한 미사일 발사 당일 사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다. 한 장관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이른바 ‘사드 레이더 전방배치모드 운용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국방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라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경향신문은 ‘주한미군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14일 북한이 화성-12호를 발사했을 때 주한미군의 사드는 점검 중이어서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미사일 발사 당일 사드 레이더도 화성-12호를 탐지했다’는 한 장관의 발언이 허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600㎞이고, 발사방향도 일본 북쪽이라 600㎞ 바깥인데 어떻게 탐지가 가능했나’라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질문에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600~80 ㎞다. 어느 정도 수준의 탐지인지는 몰라도 주한 미군 측으로부터 탐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경향신문은 한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향신문은 “그동안 한·미 군 당국은 ‘사드 레이더는 적 미사일의 하강 단계에서 탐지해 요격하는 종말모드(TM)로 운용된다’고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한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드 레이더가 미사일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부터 탐지·추적하는 전방배치모드(FBM)로 가동 중이라는 방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미 육군교범과 사드 레이더 제조사인 레이시온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는 적 탄도미사일 강하 각을 고려해 높은 각도로 운용하기 때문에 발사 초기 상승단계 포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경향신문의 주장이다.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사드가 점검 중이었기 때문에 정상작동 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어느 단계에서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탐지했다는 사실은 확인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와 통화한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도 같은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사드체계를 종말모드로 운용하더라도 상승단계에서의 탐지가 가능하다”면서 “이번 논란은 사드 레이더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 한 데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 레이더를 종말모드로 운용한다는 것은 종말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레이더를 최적화했다는 의미이지 상승단계나 정점에서의 궤적을 아예 추적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미사일 발사 지점이 종말모드 탐지범위 내에 있다면 상승단계나 정점에서도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 이는 사드 레이더를 종말모드로 운용하겠다는 것과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레이더의 각도 등 구체적인 운용방식을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은 어렵지만 종말모드로 운영하더라도 레이더 탐지범위 안에 들어오면 탐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사실 확인 중에 있다”면서 “한민구 장관이 미군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북한 화성-12호 발사 당일 사드 점검 여부, 화성-12호 의 정확한 낙하지점 등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국방부에 협조요청 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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